[사설]국내 교육 다양화로 조기유학 거품 더 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2000년 해외유학 자유화 조치 이후 자녀를 일찍 외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는 학부모가 급증했다. 2005년 2만400명을 기록해 2만 명을 넘어섰고 2006년엔 2만951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계층도 상류층에서 중산층까지 확대됐다. 국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조기유학 붐에 일조를 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외국에 나가 언어도 배우고 글로벌 감각도 익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한때 중산층에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조기유학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등학생은 1만8119명으로 2008년 2만7349명에 비해 33.7%(9230명) 감소했다.

최근 조기유학 열풍이 주춤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경험이 축적되면서 학부모들이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난 영향이 크다. 조기유학을 통해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성공사례가 없지 않지만 한국 학생끼리만 어울려 영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탈선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1∼2년 단기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경우 국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엄마가 조기유학에 동행해 비롯되는 ‘기러기 아빠’ 문제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해도 외국인인 탓에 기대했던 현지 취직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조기유학생이 줄었다 해도 아직 한 해 2만 명에 육박한다. 여전히 고품질 교육에 대한 강한 욕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도록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 영어 수요가 조기유학의 중요한 원인인 만큼 영어교육을 내실화하고 기존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계층을 위해 내국인도 들어갈 수 있는 국제학교를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유학수지 적자는 국내 외환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2009년 유학수지 적자는 39억 달러(약 4조4800억 원)에 이른다. 대학 유학비용을 포함한 액수이긴 하지만 가계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3월 송도 국제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러기 아빠들이 무슨 죄로 돈을 퍼 날라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해외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낙후된 교육시스템을 개혁하고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다양한 교육을 시행해야 조기유학의 거품을 더 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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