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경환]기업가정신 이어갈 일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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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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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옛날 기사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1981년 8월 소니가 세계 최초로 ‘마비카’라는 필름 없는 카메라, 즉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는 기사이다. 당시 반응이 재미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발이 140여 년 만의 카메라 대혁명이라고 보았지만 코닥, 후지 등 필름업계를 포함한 사진 업계는 비디오레코더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디지털카메라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폄하했다. 누가 TV로 사진을 보겠느냐는 혹평도 있었다.

결과는 어떤가. 과거 미국인이 가장 가지고 싶었다는 주식 1호인 폴라로이드사는 2001년 파산했다. 한때 세상을 풍미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제품과 기업이 비단 필름카메라뿐일까? 워크맨, 호출기, 전화접속 인터넷 등 수없이 많다. 모두 시대의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해 대응 시기를 놓친 결과다.

한국경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대표적 성공모델이다.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970, 80년대 과감히 육성한 중화학 공업, 전자 산업은 우리나라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외환위기도 벤처 및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을 통해 훌륭히 극복했다.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함께 기업의 과감한 신제품 개발, 신흥경제권 시장 개척을 통해 모범적으로 헤쳐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마냥 기뻐하기에는 우리 앞에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녹색’과 ‘융합’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 기존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던 IT산업은 이미 스마트폰 열풍에서 취약점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경제의 활력이 사회 전반으로 고루 파급되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도 필요한 과제이다. 최근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우리의 자랑스러운 내재 역량인 ‘기업가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는 6·25전쟁의 폐허에서 기업인과 국민들의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으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벤처정신’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도전정신과 활력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 10여 년간 대기업 계열 기업을 제외하고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3개 사뿐이다. 2001년 37세였던 평균 창업자 연령은 현재 45세를 넘어섰다. 취업난 속에서도 청년은 창업이나 중소기업은 기피하고 안정된 일자리만 찾는 상황이다.

‘창의와 융합’ ‘사회와의 동반발전’이 부각되는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앞에서 다 함께 3세대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나가는 분위기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와 경제 5단체는 ‘제3회 기업가정신주간’을 개최해 새로운 기업가상(像)을 모색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누구나 기업인을 꿈꾸고 새로운 도전을 촉진하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협력해 세계적인 중견기업을 끊임없이 키워나가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이 확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가정신의 방향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보고 자라 우승의 영광을 안은 U-17대표팀 소녀들이 2015년 월드컵에서도 큰 꿈을 품듯이, 우리의 기업가도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 것이라는 큰 꿈을 이루어 나가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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