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윤태]6·25 폐허 위에 희망 심은 ‘월드비전’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윤경은 내 강의를 수강하는 대학생인데 졸업 후 취직 대신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하기를 원한다. 이미 캄보디아, 남아프리카 등 해외봉사활동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다른 학생들도 국제구호에 동참하기 위해 힘든 곳도 마다하지 않고 해외로 떠난다. 1980년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농촌활동과 노동야학에 참여했듯이 이제 남을 돕거나 세상을 바꾸려는 대학생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세계 100개국 어린이 1억 명 후원

내 수업 시간에 국제원조단체인 유니세프(UNICEF)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를 대학에 초청할 때면 뜻밖에도 많은 학생이 참석한다. 이처럼 국제구호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의 영웅은 한비야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수많은 독자를 가진 한비야는 정말 수많은 대학생에게 꿈을 일깨워줬다. 그녀는 2001년부터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세계 각국의 재난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친 일로 유명하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월드비전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 가운데 ‘토종’ 비정부기구(NGO)다. 6·25전쟁 당시 부모를 잃은 어린이와 남편 잃은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외국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놀랍게도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화했다. 한 미국인 목사가 매달 25달러씩 보내주던 작은 돈이 씨앗이 되어 최근 매년 1240억 원(약 1억 달러)을 모금한다. 해외에서 받은 도움을 다른 나라에 돌려줄 수 있게 된 것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한국의 후원자 덕분이다.

월드비전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약 1억 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 매년 전 세계 후원자 300만 명으로부터 후원금 26억 달러를 모아 긴급구호와 지역개발사업을 펼친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일대일 결연 활동이다. 가난한 나라의 한 어린이에게 부자 나라의 후원자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학교 보건소 식수펌프를 제공하며 공동체 지원사업을 벌인다.

대북지원도 월드비전의 중요한 사업이다. 1997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7개 국가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씨감자 보급 등 농업지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북한 농업과학원과 연계해 감자 280만 t을 수확했다. 고기를 잡아서 주는 식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원칙에 따른 사업의 결과다. 황해도 칠곡리 ‘꽃피는 마을’에서 자연농업을 위한 메탄가스를 제조하고 식수와 전기를 공급하는 소형발전기를 제작한다. 월드비전은 “인도주의에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며 “한국 정부를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정치와 상관없이 인도주의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 기부로 누구나 참여 가능

최근 한국을 방문한 케빈 젱킨스 월드비전 총재는 “한 인간의 변화가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가 한 아이를 책임지고 도우면 그 아이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것은 곧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25전쟁 직후 해외 원조는 한국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은 빈곤국 발전에 기여를 가장 적게 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평범한 시민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에 1만 원의 소액이라도 매달 기부하는 회원으로 참여하면 된다. 지구촌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는 윤경 같은 젊은이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 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