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회계 불투명성, 기업과 경제에 부메랑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불투명한 기업 회계는 한국 기업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리고 이자 부담을 늘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곽수근 황이석 교수, 고려대 정석우 교수의 ‘회계 투명성과 국가 경쟁력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한국과 국가경쟁력이 비슷한 오스트리아 수준으로 높아지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약 38조 원(2008년 기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2008년 말 시가총액(577조 원)의 6.6% 규모다. 국가 전체의 이자부담액은 약 15조 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 자본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공식 재무제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주가 급락과 차입금리 급등이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주요 기업과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는 58개국 중 23위로 높아졌으나 회계투명성 평가에서는 4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01년 미국에서 터진 ‘엔론 스캔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부정(不正) 사건으로 번지면서 미국 기업과 경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 투자은행들의 회계 불투명과 신용평가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도마에 올랐다. 기업 및 금융회사의 회계 조작 스캔들을 계기로 선진 각국은 분식(粉飾)회계 등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강화했다.

올해 8월 코스닥시장 26위 기업 네오세미테크가 회계 부정으로 상장 폐지됐다. 기업 회계의 불투명성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업과 경제, 국가경쟁력에 치명타를 가하는 부메랑이 된다. 삼성전자 같은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실적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쁜 선진국 경쟁기업들보다 낮은 것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이 있다.

새로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내년 1월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회계감독제도와 감사제도의 개선, 전문인력 육성 등 후속대책을 서둘러 IFRS 도입에 따른 회계 투명성 제고(提高) 및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회계 조작을 저지른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이 무(無)관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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