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구전략에 다급한 쪽은 오히려 북한

  • 동아일보

북한은 천안함 폭침 6개월 반이 지났는데도 자신들의 소행을 부인한다. 김정일은 3남 김정은을 등장시켜 후계체제 구축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군부 강경파들을 김정은의 최측근에 배치해 선군(先軍)정치의 깃발을 한층 높이 들었다. 대내외적으로 정통성이 전혀 없는 김정은의 권력 승계극을 그럴듯하게 연출하기 위해 충격적 수단을 쓸 가능성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대남(對南) 도발의 위험성과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6자회담 띄우기 같은 유화(宥和) 전략을 핵 공갈과 번갈아 구사하며 남한 흔들기를 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워싱턴에서 김태영-로버트 게이츠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마주앉아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었다. 한국이 자주국방 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국은 지속적으로 보완능력을 제공하고 2만8500명의 현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이 작년 서울 SCM에서 약속한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 제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도 설치키로 했다. 북한의 남한 공격을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과 똑같이 간주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을 한반도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차출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한국은 ‘주한미군 2만8500명 유지’를 문서화하고 해외 차출의 경우 사전협의를 요구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은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끝나는 2015∼2016년 이후에나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과연 2015년까지 한국의 독자적 군사력이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상존한다.

북한이 도발 위협을 하건, 유화 전략을 쓰건 우리 스스로의 힘을 축적하는 것이 관건이다. 천안함이든, 6자회담이든, 금강산 관광 재개든 원칙을 분명히 지키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 안보관계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을 앞두고 ‘원칙론자 배제론’이 정부 일각에서 거론된다니 정부의 인식에 일말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출구전략에 훨씬 다급한 쪽은 북한이다. 저들의 유화 전략에 넘어가면 우리가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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