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호텔이 유해시설인가

동아닷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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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당시 두바이(아랍에미리트)는 폐쇄경제의 인도 파키스탄과 이란 등 아랍권의 그레이마켓(합법적 암시장)이었다. 그런 만큼 그 누구도 아라비아 걸프의 변방 무역항이 훗날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세계 최초 인공섬 프로젝트 ‘더 팜’, 세계 최고 높이 빌딩 ‘부르즈 칼리파’(828m)로 세상 이목을 끄는 비즈니스 허브(hub)가 되리라고 상상치 못했다.

하지만 셰이크 라시드 빈 사예드 알막툼(당시 두바이 지도자)은 달랐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두바이를 세상의 중심으로 바꿔 놓겠다는. 이듬해 꿈의 일단이 실현됐다. 무역선 포구인 크릭(Creek·내륙을 파고든 운하 형태의 좁고 긴 바다물길)의 준설이었다. 늘어난 무역량(20%)으로 증대된 세수는 이후 발전의 초석이 됐다. 사실 이 사업은 도박이었다. 쿠웨이트에 두바이항을 저당 잡혀 꾼 빚으로 벌인 것이어서다.

자신감을 얻은 라시드는 본격적으로 도시 개발을 시작했다. 투자자를 불러들이자니 호텔과 공항부터 필요했다. 당시 두바이는 초라했다. 호텔이라고는 객실 8개짜리 한 개뿐. 그래서 라시드는 자기 아파트까지 손님에게 내주었다. 공항은 이듬해에야 완공했다. 포장도 못해 모래밭을 다진 간이 활주로였다.

지금은 어떤가. 연간 9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국제도시로, 220개 도시에서 130개 항공사가 주당 6000편씩 연간 4100만 명을 수송하는 세계 15위의 허브공항으로 등극했다. 이런 발전의 뒷심은 호텔이었다. 50년 만에 352개(6만1182실)로 늘어난 수치가 증거다. 거기엔 감춰진 이야기가 있다. 한때 세계 최고(높이 321m)였던 초호화호텔 ‘부르즈 알 아랍’의 건축에 관련된 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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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3년.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현 두바이 지도자)는 이렇게 주문했다. ‘세상 사람이 눈이 휘둥그레져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라며 직접 지도에서 두바이를 찾아보게 할 호텔, 그런 다음에는 그 호텔을 보러 직접 오게 만들 ‘화제가 될 랜드마크’를 원한다고. 왜. 그래야 두바이에 관심을 쏟고 면밀히 투자가치를 살필 테며 그렇게만 되면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신화적인 스토리(면세, 토지 무상 제공 등 초창기의 투자 특혜)가 자연스레 전파돼 앞다투어 찾아와 투자할 테니까. 에미레이트항공을 집중 육성해 전 세계 도시에 취항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기심이 ‘방문’이란 적극적 행동으로 발전되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했기에.

세상의 허브가 되려면 이렇듯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도 같다. 동북아 허브가 꿈이다. 그러자면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켜 투자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도 세계의 이목을 끌 랜드마크 건축물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항공이 9800억 원을 들여 경복궁 부근(송현동) 풍문여고 앞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에 지으려는 7성급 호텔(전통한옥 게스트하우스 포함)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로 구성된 ‘문화 랜드마크’ 계획도 이 관점에서 보면 아쉽기만 하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호텔’ 건축을 금지한 학교보건법에 저촉돼 무산 위기에 놓여서다. 국빈 및 동급 최고경영자(CEO) 유치와 역사도시 서울의 이미지 조성을 겨냥해 세계적 건축가에게 의뢰해 설계한 영빈관급의 랜드마크 지향 호텔이 과연 학교환경과 위생을 해칠 만한 ‘유해시설’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할 과제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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