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다케나카 헤이조]日거시경제의 치명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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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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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공식적으로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2위 경제국이 됐다. 일본의 문제는 세계 경제 대국 순위가 계속 떨어지거나,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을 되살릴 개혁을 다시 시작할지 여부가 아니다. 집권 민주당이 벌이는 파워게임은 심각한 경제 개혁이 이들의 핵심 어젠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일본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4.5%였다. 1990년대 초 이후 경제가 정체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평균 1%에 턱걸이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정부는 경제 난국의 원인을 총체적으로 오판하면서 공공사업에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공급 측면의 조정을 무시했다.

이런 정책은 새로운 기득권과 정치환경을 만들었다. 건설 회사와 정부 계약의 수혜자들은 집권 자민당에 거액을 기부했다. 자민당의 금고는 그득해졌지만 1990년대 후반 심각한 금융 위기의 불씨가 됐다.

2001년 4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집권했다. 집권 초기 은행의 부실 여신 비율은 8.4%였지만 후반기 들어 1.5%로 떨어졌다. 덕분에 일본은 최근 ‘리먼 쇼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하지만 거시경제 개혁은 2006년 고이즈미 총리의 사임 이후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단임 총리가 이어지면서 막대한 정부 지출 행태가 반복됐다. 경제는 악화됐다.

자민당에 질린 유권자들은 상부로부터의 변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잘못된 경제 운용 행태가 바뀌기는커녕 더 열악해졌다. 막대한 재정 지출은 농가와 가계로 흘러들어갔다. 올 회계연도 총지출 가운데 세수 비중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의 전후 역사상 초유다.

재정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채 시장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국내 기관과 가계가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자를 민간 저축이 메우고 있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안전망도 느슨해지고 있다. 일본 가계 저축은 화폐성 자산 기준 총 1조1000억 엔이다. 3년 안에 일본 국채 규모는 일본 가계 총자산 규모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부채를 세납자들의 자산으로 지지할 수 없게 되면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도 줄어들 것이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가계 저축률은 극적으로 줄어들지만 재정 지출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5년 안에 모든 베이비 부머 인구가 65세를 넘고, 연금과 건강보장 지출 압력은 2013년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소비세 인상 논의를 시작했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부의 성장 전략이 결여돼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의심할 여지없이 세수를 늘려야 하지만 지금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경기 하강을 유발해 오히려 비생산적일 수 있다.

성장 전략 없이 정부 지출을 줄이고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는 정책 속에서 일본 경제는 침체됐다. 하지만 간 총리는 아직도 성장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신 많은 전임 총리처럼 ‘제3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줬듯, 제3의 길은 없다.

간 총리는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큰 정부’가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는 환경 단체 등 시민운동 그룹에 속해 있었고, 이들은 경제성장의 필요성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경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 대신 세금을 늘리는 일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에 집중하지 않으면 일본은 ‘성공의 사다리’에서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다.

현 상태에 만족하는 일본인이 있다면 아르헨티나를 보길 바란다. 100년 전 아르헨티나는 세계 2위의 부자 경제였다. 하지만 불량 정책과 더 불량한 정치인들 덕분에 지금은 열외국가가 됐다.ⓒ Project Syndicate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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