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크루그먼]세계화 시대라고 전쟁은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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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전쟁의 국제경제적 영향은 조지아(옛 그루지야)가 원유운송로에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미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나쁜 소식을 들으면서 이 전쟁이 혹 불길한 조짐, 즉 오늘날 세계화 시대가 첫 번째 세계화 시대와 같은 운명을 맞을 조짐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 당신이 우선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의 조부모들은 자급자족적 국가경제의 세계에 살았지만 오히려 우리의 증조부모들은 우리처럼 국제적인 무역과 투자의 세계에 살았다. 물론 그 세계는 민족주의에 의해 다시 파괴되고 말았지만….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세계경제를 이렇게 묘사했다. “런던 시민은 침대에서 아침 차를 마시면서 전 세계의 상품을 전화로 주문할 수 있고 동시에 세계 어느 곳에라도 자신의 재산을 투자할 수 있다.”

당시의 런던 시민은 이 상태가 정상적이고 영구적인 것이며 군사주의와 제국주의, 금지와 배제의 정치는 세계화가 거의 정착된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는 전쟁 혁명 공황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쯤 세계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분할됐다. 그 분할된 세계를 다시 합치는 데 두 세대가 걸렸다. 이 모든 것이 또다시 무너질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자급자족은 시대착오적이고 식량공급은 세계시장에 의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러나 밀 쌀 옥수수 가격이 치솟으면서 케인스가 언급한 금지와 배제의 정치가 돌아왔다. 많은 국가가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이제 군사주의와 제국주의가 올 차례다. 조지아 전쟁은 그 자체로는 큰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전쟁은 미국이 군사력의 독점권을 지닌 팍스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하고 세계화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이 지금 매우 위태롭다.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보다 더 위태롭다는 얘기도 있다. 러시아는 2006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중단해 가스를 무기로 사용한 바 있다. 러시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일부 분석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세계 경제통합은 그 자체로 우리를 전쟁에서 보호할 것이다. 잘나가고 있는 무역국가들이 군사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번영을 해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 작가 노먼 에인절은 ‘거대한 환상’이라는 유명한 책을 펴냈다. 그는 전쟁은 무용지물이 됐고 근대 산업시대에서 군사적으로 승리해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쟁은 계속 일어났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경제는 첫 번째 시대보다 더 확고한가. 어떤 점에서는 그렇다. 예를 들어 서구국가 간 전쟁은 경제적 유대뿐만 아니라 민주적 가치의 공유 때문에라도 더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주요 경제국을 포함한 더 많은 국가는 이런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우리 대부분은 자유로운 교역이 이익이 되는 한 교역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안전한 가정이 아니다.

에인절은 군사적 정복이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한 점에서 옳았다. 그러나 경제적 합리성이 전쟁을 예방할 것이라는 믿음도 똑같이 환상에 불과하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서로 의존하는 정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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