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합법성 포기하면 학교현장 혼란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대규모 해직사태 등 오랜 투쟁을 거쳐 쟁취하다시피 한 합법성을 포기하고 법외(法外)노조의 길을 걸을 모양이다. 노동법상 해직근로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는데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거부와 시국선언 참여 등으로 해직된 교사들이 노조전임자로 전교조에 근무하고 있다. 전교조는 ‘해고된 교사에게는 조합원 자격을 주지 말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하기로 1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경우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내부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전교조 스스로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 같아 보이지 않는다. 1999년 1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공포와 함께 합법화한 지 12년 만에 전교조가 법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오류다. 전교조는 교육당국과 단체교섭을 할 때도 법의 보호 속에서 권익을 행사했지만 이제 법 밖으로 나가면 그런 단체교섭도 불가능해진다.

합법노조를 포기하려는 전교조의 시도는 법을 가볍게 여기는 인식과 관련이 깊다. 전교조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법 절차에 의존하고, 사태가 불리하면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했을 때 전교조는 법 절차를 이용해 명단 공개를 중지시켰다. 전교조는 올 4월 “한나라당이 법원 판결을 무시했고 교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조 의원을 고발하고 ‘명단 공개중단 간접 강제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승소했다. 전교조는 조 의원을 상대로 1억5000만 원의 강제이행금 압류절차도 진행했다.

합법 불법 탈법의 경계를 오가며 법을 우롱한 전교조의 역사는 길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10년간 무상으로 사용해 왔던 시립어린이도서관 부속 사무실에 대해 서울시가 반환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사무실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3개월이나 버텼다.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었다. ‘연가투쟁’이나 ‘성과급 나눠먹기’는 합법의 탈을 쓴 위법이었다. 이렇게 잘못된 법의식을 가진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당국과의 단체교섭권을 상실한 전교조가 매사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다 보면 해직자가 늘어나고 강성 투쟁가들만 남을 수 있다. 전교조의 합법성 포기로 학교 현장에 혼란과 갈등이 커질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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