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대교체형 ‘정치 총리’와 實勢형 ‘측근 내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이번 개각의 백미는 48세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것이다. 40대 총리 기용은 우리 정치사에 흔치 않은 일이거니와 경륜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에 비춰보면 파격이다. 6·2지방선거에서 송영길(47) 안희정(45) 이광재(45) 김두관 씨(51) 등 야권 젊은 인사들의 시도지사 당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교체형 총리의 등장이 정치권과 우리 사회 곳곳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김 총리 후보자는 36세에 도의원, 40세에 전국 최연소 민선 군수, 42세에 도지사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보좌관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을 거쳤다. 그는 경남지사 시절 전국공무원노조의 일탈과 정치 개입, 민노총 가입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면서 불법 편법과 타협하지 않는 단호함을 보였다. 나이에 비해 다양한 정치 행정 경험을 쌓았고 참신성이 돋보인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선진국 40대 지도자들을 감안한다면 총리직 수행에 나이가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의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한편 국정 전반에 걸쳐 견인 조정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특수한 자리다. 김 총리 후보자는 어려운 시험대에 섰다는 각오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 총리 후보자의 발탁은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군 확대라는 정치적 의미도 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어 그도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다수의 차기 대통령 잠재후보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여권에 플러스 요인이다.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이 발탁한 총리 중에 대권후보로 나서 성공한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총리 후보자로서는 새로운 모험의 길에 들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실세(實勢)형 직계들을 대거 장관 후보자로 기용했다. 집권 후반기에 국정의 안정적 운영과 더불어 국정목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 진수희 보건복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들은 교육의 정상화와 대학구조조정, 문화 콘텐츠산업의 선진화, 영리병원의 허용, 노사관계 선진화에서 만만찮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새 내각은 ‘일하는 정부’의 진면목을 구체적 성과로 보여줌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에 제대로 기여해야 한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특임장관 기용을 비롯한 다수의 정치인 출신 장관 발탁은 정치권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적 야심과 결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심(腹心)인 유정복 의원의 입각을 통해 친박계를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전체 구도로 보아 여권의 고질병인 계파 간 갈등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 이번 개각이 국정의 성공으로 연결되려면 이 대통령이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운영의 묘(妙)를 살려야 한다.

새 총리 후보자의 박연차 사건 연루설도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점 의혹 없이 털고 넘어가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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