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3년 넘게 FTA 재협상만 요구하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미국 통상정책 책임자인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주 “(한국과 같은) 교역파트너들이 미 의회의 태도에 관해 우려하며 뒤로 숨는 데 신물이 났다”면서 “한국은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정상적인 협상을 거부하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2007년 6월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뒤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의 합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정식 의제로 제시한 적은 없다. 협정 서명 후 3년 넘게 재협상만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를 어느 나라인들 승복하겠는가.

커크 대표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기아차 79만 대가 팔렸지만 한국에서 팔린 미국차를 모두 합쳐도 7000대를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에 한국에서 제조돼 미국에 수출된 자동차는 45만 대였다. 21만 대는 미국 안에서 생산 판매된 ‘한국 브랜드 자동차’로 미국의 일자리와 세수(稅收) 증대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미국 브랜드인 GM도 한국 GM대우 공장에서 11만 대를 생산 판매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지 생산분을 포함하든 빼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엔 GM코리아의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한글 계기판을 달고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현지 맞춤형 제작’ 노력에 힘입은 결과다. 미국 포드의 뉴토러스는 동급 국산차보다 싼 가격으로 승부를 걸고 홈쇼핑에서도 판매한 끝에 상반기 수입차 판매 5위에 올랐다. 미국 차 업계도 한국 정부를 탓하기 전에 벤츠 BMW 도요타만큼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면 시장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동맹국이며 주요 교역파트너인 한국에 FTA 추가협상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조 표를 의식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 미국산 차가 한국시장에서 더 많이 팔리기를 원한다면 한미 FTA를 조기에 발효시키는 게 미국에 유리하다. 그래야 8% 관세가 없어져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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