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대환]檢잘못된 관행, 특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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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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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의혹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5일 공식 출범했다. 사상 처음으로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된 이번 특검은 국민과 검찰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검찰의 대응 문제다. 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의 혐의가 있을 때 수사해야 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민간인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민간인은 수사권이 없으므로 위원회 산하에 검사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뒀다. 결국 검사의 일을 민간인에게 넘기면서도 민간인의 일을 검사가 도와주는 방식이 됐다.

이러다 보니 국민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처음부터 받아들일 리가 없었고 정치권의 논의에 따라 특검이 출범하게 됐다. 검사는 범죄의 수사, 공소제기와 유지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대상이 검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책임을 회피한 일만으로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검찰의 사건 처리 ‘풍토’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어느 부장검사는 “최근 고소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검사가 자신들에게 직접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검사의 경험이 부족하고 집념이나 진상을 파악해 내려는 의지가 박약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법적 분쟁은 더욱 복잡해져서 검사가 사건해결 능력을 기르려면 엄청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검찰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진상조사위원회나 특검은 검찰 본연의 업무인 수사권의 한계를 자인하고 스스로 남에게 넘겨준 셈이다.

검찰은 특검을 출범시킨 국민적 결정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 검찰조직의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여기엔 수사능력을 높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상품(사건결정)을 내놓고 감찰기능을 강화해 건전하고 강력한 검찰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본연의 업무인 수사와 공소유지를 철저히 하면 수요자인 국민의 신뢰는 저절로 쌓인다. 검찰은 경력이 짧은 검사에 대한 철저한 지도를 통해 실력 있는 중견검사를 많이 양성하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사건처리를 해야 한다.

또 검찰은 사건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건 당사자에게는 자기 사건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다른 사람의 사건은 중요하지 않다. 검찰 수사 내용이나 결과를 관찰하다 보면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거나 거물급 변호사가 압력을 넣은 사건을 주요한 사건으로 생각해 심혈을 기울여 수사한다.

일반 국민이 고소한 사건은 진실 규명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금융정보조회나 주요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고 종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소인의 주장은 외면하면서 인지사건의 경우에는 제보자 진술에 의존해 무리하게 구속수사나 공소제기를 감행해 억울한 사람을 양산한다. 검찰은 고소사건부터 겸손하게 귀 기울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며 여력이 있으면 인지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의 자체감찰 기능이 부실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과성으로 제보자의 입에 오르거나 수첩에 적힌 사람을 희생양 삼아 징계한다면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기관의 총책임자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꼬리 자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감찰부를 구성하고 지속적 감찰을 하는 것만이 검찰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다. 스스로 치료하지 못하면 남이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다.

조대환 변호사·전 삼성특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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