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현]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첫 단추 잘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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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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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21일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호혜적으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분위기의 공동성명에 담긴 이 부분은 매우 복합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선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에 대한 언급이다. 오늘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가 빠르게 고갈되는 가운데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에서 에너지안보는 첨예한 문제다. 게다가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한국은 일찍부터 원자력발전에 주력하여 이제 원자로를 수출하는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주원료인 우라늄 자원도 고갈될 수 있고 사용 후 연료가 독성이 높은 방사능을 방출한다는 점에서 원자력도 화석연료가 가진 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단,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다시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즉 후행핵주기를 활용할 경우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원자력은 ‘꿈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에너지 상황이 거의 같은 일본이 후행핵주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1992년 비핵화공동선언과 1974년의 한미원자력 협정에 따라 이 ‘꿈’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취임사에서 건강보험, 교육과 더불어 에너지안보를 3대 국정과제로 꼽았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안보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석연료의 한계와 원자력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 오바마 대통령의 큰 골칫거리 중 한 가지였던 멕시코 만의 해저유전 원유유출로 그 같은 인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문제는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추출하는 플루토늄을 바로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비확산체제를 강화하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무기화의 위험을 차단하는 정책을 취했다. 올해 4월 워싱턴에서 열렸고 2년 후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핵안보정상회의도 그 정책의 일환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도 일본처럼 재처리를 포함한 핵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에너지 안보와 주권적 자존심의 문제만이 아니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자체 무기개발 여지를 남겨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또 동북아 지역의 핵도미노 가능성을 암시하여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이도록 압박하는 카드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미국에서 더 높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은 아니다.

따라서 무기화 위험이 낮은 가운데 에너지 효율을 100배 늘리고 독성을 1000분의 1로 줄이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과 고속증식로가 대안으로 부상한다. 그것이 실용화되면 원자력 이용의 신기원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플루토늄 추출과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장은 원자력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가장 초보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땔감으로 쓸 삼림조차 고갈된 가운데 시대착오적 발상에 집착하는 북한은 참으로 안타깝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지금의 노선을 전환할 경우 제재 해제, 에너지 및 경제지원, 미-북 관계 개선,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했다. 한반도 남쪽에서 ‘꿈의 에너지’ 시대를 구현한다면, 그리고 바뀐 북한이 그 같은 ‘꿈’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유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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