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납북자 문제, 韓日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17시 00분


코멘트

북한은 1987년 11월 인도양 상공에서 대한항공 858기 폭파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계획한 이 사건으로 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희생됐습니다. 북한 정권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다가 검거된 뒤 전향, 실체적 진실을 밝힌 김현희 씨가 20일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김 씨를 초청한 것은 그가 평양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일본인 납북자들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북한에 끌려간 자국인들에 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한국에 특별기까지 보내 이번 방일을 성사시켰습니다.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2002년 9월 평양에서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만나 이례적으로 북한 정권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이 인정한 납북자 13명 중 5명과 그들의 가족을 돌려받았지만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납북자를 더 구하기 위해 총력을 폅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반(反)인륜적 국가범죄행위로 보는 일본 사회에서 '납치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정부, 정당, 언론, 시민단체는 성향과 이념의 차이를 불문하고 북한의 범죄를 규탄합니다. 일본 언론은 김 씨가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뒤 승용차는 물론 헬기까지 동원해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습니다. 일본의 과거를 생각하면 씁쓸할 때도 있지만 무고한 자국민 피해에 대해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함께 분노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자세는 가슴에 와 닿습니다.

휴전 이후 납북돼 아직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 국민은 500명에 가깝습니다. 일본인 납북자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자칭 '진보세력'일수록 납북자 인권문제를 금기시하는 것은 모순과 위선의 극치입니다. 최근 밀입북해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김정일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한국 정부를 매도하는 한상렬 씨 같은 친북 좌파가 대표적입니다. 납북자 문제에 대처하는 한일(韓日) 두 나라의 차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상에서 벗어나 뒤틀려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