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선]주택정책,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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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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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담보대출 제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완화, 양도세 감면의 수도권 확대, 취득·등록세 감면시한 연장을 검토한다고 한다. 경제위기 이후 주택건설사업의 장기 침체에 따른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고 국민의 주택거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정책 재검토 시 정부는 다음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는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획기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사상 초유의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그런데 금년도 실질성장률은 5∼6%로 전망되고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예방을 위해 이달에 금리를 인상하는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DTI 등 주택담보대출 제한 완화가 거시경제적 안정성 유지에 적절한지 유의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경제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산업 및 기업 경쟁력을 회복한 가장 큰 비결은 확고한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기업이 획기적인 체질 개선을 이룬 일이다. 구조조정은 결국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국민소득을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도약시키고 현 경제위기를 원만히 극복하는 토대가 되었다. 현 상태에서 주택 및 건설산업에서의 구조조정을 해치는 정책적 전환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셋째. 미국에서 과잉 유동성이 주택 부문에 몰리게 된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제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저금리 정책이 근본 원인이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이 주택 부문에 몰리게 된 이유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통해 신용평가 적격 미달 저소득자의 주택자금 차입제한 완화를 의무화하는 인기 영합적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사실 주택은 유동성이 가장 떨어지고 위험이 큰 자산이다. 부자에게 주택은 장기적인 고수익 투자자산이 될 수 있으나 구입자금을 대부분 빌려야 하는 서민에게 주택은 경기침체 시 모든 재산을 박탈당하고 거리로 나앉게 하는 요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시행하는 1가구 1주택 소유 정책은 명분은 그럴듯하나 저소득층의 삶과 복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더구나 차입을 확대하여 주택을 구입할 여지를 서민층에게 확대하는 방안은 올바른 친서민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금융회사가 개별적인 신용평가를 해서 자율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현 시점에 금융회사의 신용평가가 그럴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넷째,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완화는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겠지만 분양가 상한제, 용적률 규제, 임대주택 및 소형평형 의무비율 유지를 폐지 내지 완화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주택의 높은 분양가격 책정이 주변 가격까지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에 따라 재도입됐다. 그러나 가격규제는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발생시키고 공급을 제약하여 장기적인 가격안정을 저해한다. 용적률 규제, 임대주택 및 소형평형 의무비율 규제는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을 제약한다.

규제로 초래되는 수급 불일치를 이런 규제의 완화로 해소하면 대형 주택에 대한 투기나 소형 품귀로 빚어지는 주택난을 완화하여 장기적인 주택수급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시장의 자율조정을 얼마나 믿고 용인하느냐에 달렸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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