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개운치 않은 北임진강댐 방류 통고

  • Array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지금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오후 8시 이후 임진강 상류 댐의 물을 불가피하게 방류할 수 있다.” 폭우가 내리던 18일 오후 북한이 우리 정부에 통보한 내용이다. 이 통지문은 지난해 9월 6일 북한의 예고 없는 방류 때문에 행락객 6명이 숨진 이후 북측이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느닷없는 방류에 애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과 비교하면 수공(水攻) 가능성에 긴장하던 정부로서는 북측의 이번 ‘예고’를 다행스러운 신호로 볼 만하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예고’에는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하류로 방류하겠다면서도 정확한 시점과 방류량을 밝히지 않았다. 언제 얼마만큼을 방류할지 밝혀야 남측 군남댐이 수용 가능한지, 침수 면적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탓에 남측은 방류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어야 했다.

국방부는 19일 오전 7시 반 기준으로 북한이 그때까지 방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전 11시경 “북한이 18일 오후 11시경부터 초당 1000t을 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18일 오후 ‘방류 예고’만 했을 뿐 이후에는 실제 방류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에서는 연천군 최북단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 시점에서야 북한의 방류를 추정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북한의 방류 예고에도 몇 가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겉으로는 남한의 대비를 위해 방류 사실을 통보했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둘째,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 능력을 떠보려는 계산이 깔렸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는 남한을 향해 언제든 방류(수공)할 수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런 의구심을 씻어내려면 앞으로 물을 방류할 때 어느 댐에서 언제, 얼마만큼을 흘려보낼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단순한 통보만으로는 임진강의 안전관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수역을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남한의 유일한 임진강 치수 시설인 군남댐의 저수용량은 7100만 t 규모지만 북한 황강댐 규모는 3억5000만 t으로 알려져 규모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임진강의 추가 수방(水防)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물은 중요한 자원이자 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물 관리’ 안보를 방심해선 안 된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