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北 非核개방이냐 붕괴냐 선택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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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북핵 해결의 場못 된다
북한, 비핵 개방 거부하면 자멸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 안보의 가장 큰 부담이다. 최근 북한의 천안함 공격도 핵 보유 이후 더욱 대담해진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은 40kg으로 추정된다. 이는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과 같은 파괴력(20kt)의 핵무기 5개 정도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이 숙제의 중심에는 탈냉전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그 하위 구조로서의 대북정책이 있다. 미국은 유일한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는 한편 미국 중심적 국제질서를 관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과 미국적 가치(민주주의, 자유시장, 자유무역, 인권 등)의 확산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탈냉전 이후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위반함으로써 미국의 주적이 됐다. 현재는 미국의 ‘악의 축’ 명단에서 이라크는 제외되고 이란과 북한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접근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핵문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 대북정책의 근본 목표는 북한의 정권교체 또는 스스로의 정책변화에 의한 ‘자유 북한(free DPRK)’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은 북한의 비핵화만이라도 이루는 것이다. 미국은 정권 차원에서 단기적 목표의 필요성이나 주변국의 비협조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非核化)’가 어려울 때, 핵동결이나 핵불능화와 같은 잠정적인 해결을 채택했다. 그러나 잠정적인 조치로써의 북핵 ‘비확산’은 미국 입장에서 완전한 북한문제의 해결일 수는 없다.

그간의 경험이 보여준 대로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관리하는 장(場)일 뿐 해결의 장은 되지 못한다. 북핵문제의 해결에는 두 가지 방식밖에 없다. 첫째,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었을 때 해결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안정, 사회주의 체제보장, 경제적 지원, 국제적 고립의 탈피다. 이 모든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주려고 하지 않고, 또한 줄 수도 없다. 그 이유는 김정일 독재정권, 그리고 국민을 굶어 죽게 만드는 국가계획경제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은 미국적 가치에 위배되며, 그러한 수세적(守勢的)인 방법으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핵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북한 스스로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더 손해라고 판단해 포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 제재가 요구되는데 이미 한국 미국 일본은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 다시 말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핵과 관련한 가치와 정책의 목표가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시할 것인지, 북한의 안정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이 북한의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북 국제공조에 주저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쉽지 않다. 중국이 북한 핵 폐기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더 아픈 현실이라는 상황을 깨닫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안정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역할 요구, 미국과의 협력관계 유지 필요와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됐을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확산 가능성 같은 문제를 감안할 때 중국도 점차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선택은 체제 붕괴냐, 아니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 정상국가로 변모하느냐 두 가지밖에 없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북한을 굶주림에서 벗어나 잘살게 하는 정상국가로 만드는 동시에, 한국의 처지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공동의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안보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북한이 자국과 비슷한 수준의 개혁·개방으로 안정된 정상국가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한국 미국 중국은 북한의 비핵과 개방을 통해 국가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비핵과 개방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북한 문제’라는 큰 틀 속에서 풀 수밖에 없다. 북한이 끝내 비핵과 개방을 거부한다면 북한 체제도 북한 축구처럼 어느 한순간 그렇게 허물어질 것이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youngn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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