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이 천안함 면죄부 될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 채택과 동시에 북한과 중국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6자회담을 들고 나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우리는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수 있게 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을 구실로 골치 아픈 천안함 폭침 사건을 덮거나 비켜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남북 간 및 국제적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후(先後)가 있는 법이다. 천안함 병사 46명이 북의 공격으로 희생됐다. 북이 언제 또다시 비슷한 도발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른다. 처지를 바꾸어 중국이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선뜻 다른 회담을 열 수 있겠는가.

우리가 북에 요구하는 것은 천안함 도발의 시인과 책임자 처벌,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이다. 사태의 엄중성에 비춰 보면 최소한의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안보리 의장성명도 ‘책임자에 대한 조치’(4항)와 ‘한국과 역내에서의 공격이나 적대행위 방지’(8항),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 현안 해결’(10항)을 명시했다. 그런데도 북한과 중국은 의장성명 중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끌어대고 내용을 왜곡해 ‘안보리가 대화와 협상 재개를 권장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에 따른 국제 제재로 식량 문제를 비롯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후계 구축과 김정일 건강 문제는 체제 위기와 맞닿아 있다. 천안함 사태까지 겹쳐 국제적 고립은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북을 끌어안고 있는 중국의 처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곤경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뻔하다. 6자회담 자체만 하더라도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정부는 ‘선(先) 천안함 해결, 후(後) 6자회담’의 원칙을 견지하되 방법론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필요도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6자회담이 북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되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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