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상범]경부고속도, 친환경 업그레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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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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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국가지만 대륙으로의 연결구간이 북한에 의해 막혀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 대외교역의 주요 통로는 태평양에 가장 인접한 부산항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 및 생산 중심지인 수도권과 부산항이 4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산업을 비롯한 국가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 1970년 7월 7일 개통한 경부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는 부산항과 영남권의 중화학공업단지, 수도권 산업단지, 정치 경제 및 소비의 중심지인 서울을 반나절 시간대로 연결함으로써 지리적으로 분산된 산업 간, 지역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의 최근 위상은 개통 당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당시 경인고속도로(1968년 개통) 외에는 고속도로가 전혀 없었으나 최근에는 30개 노선, 총연장 3776km의 고속도로 중심 교통체계를 갖춤에 따라 국가수송체계에서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 중심의 화물수송체계가 철도나 해상운송 등 친환경 모드로 전환될 경우 경부고속도로의 역할이나 중요도는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의 위상은 점차 저하되는 반면 아시안하이웨이 등 동아시아 연결 교통망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국제적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악화된 남북관계 등 대외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지만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 경부선의 종착점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까지 연결되는 명실상부한 아시안하이웨이의 시발점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수송 등 국제물류에 있어 부산항이 일본 고베 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대표 항만으로 자리매김한 후,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동북 3성을 해상 및 육상 복합수송으로 연결하는 산업 대동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경부고속도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수송능력 향상,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외적 측면보다는 폐허 수준의 국가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킨 결정적 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경부고속도로 개발 당시처럼 획기적 발상 전환을 통해 도로와 철도 등 기존 운송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어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친환경 첨단자동수송시스템의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경부축은 연간 330만 TEU의 안정된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어 보다 친환경적이고 대량수송이 가능한 새로운 운송시스템 도입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구간이다. 고속철도 개통,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따라 일부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경부축의 물동량 집중에 따른 혼잡, 화물차에 의한 배기가스 배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만화영화에나 나옴 직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첨단자동운송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개념 설계 및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중이다. 경부축에 대량 수송이 가능한 첨단자동운송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경부고속도로는 화물수송 기능을 상당 부분 줄이고 환경친화적이면서 안전이 확보된 소형화물차와 여객 교통 중심의 첨단 친환경 고속도로로 재생해야 한다.

건설 과정에서의 많은 우여곡절을 딛고 세계 10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데 기여했던 경부고속도로처럼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정책의지를 통해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국가적 명제하에서 국가 물류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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