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전만 할 줄 알지, 운전문화는 후진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2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대교 인근 고속버스 추락 사고는 운전자들의 부주의가 빚은 참사였다. 소형 승용차가 엔진고장으로 도로 중간에 멈춰 섰고 1t 트럭이 추돌했다. 뒤따르던 고속버스는 이를 피하느라 급히 핸들을 꺾는 바람에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낮시간대였고 날씨와 도로 사정이 좋았는데도 대형사고가 났다.

차량이 고장으로 도로에 멈춰 섰을 때 낮에는 후방 100m, 밤에는 후방 200m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승용차 운전자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차량을 10여 분 동안 방치했다. 그렇더라도 트럭 운전자가 운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고속버스 운전사가 안전거리를 유지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속버스는 20m 이내의 간격을 두고 시속 약 100km로 화물차 뒤를 따랐다고 한다.

인천대교㈜와 경찰이 고장 난 차량을 즉시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사고 지점은 요금소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였다. 가드레일이 튼튼했더라면 고속버스의 추락을 막았을 수도 있었다. 후진적인 교통문화가 종합적으로 결합된 사고였다.

우리나라는 교통문화에 관한 한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3.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명보다 2배 이상이나 많다.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2005년 기준 14조 원에 이를 지경이다. 마이카 시대의 도래로 자동차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교통질서와 안전운전 규정을 지키는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과제로 정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기본적으로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차를 운전할 줄만 알았지 교통법규나 안전수칙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운전자가 수두룩하다. 차량 점검은 안전 운행의 기본사항인데도 소홀히 한다. 교통안전 관련 시설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편이다.

‘생계형’이라고 포장해 교통법규 위반자를 무분별하게 사면해주는 것도 법질서와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사면 이후 1, 2년 사이에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이 변하고 법질서의 엄격한 적용이 따라야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사회의 무질서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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