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G20 서울회의 성공 위해 지켜야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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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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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1999년 만든 G20 재무장관회의가 2008년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이다. 과거 G5에서 시작하여 G7, G8의 소수 선진국 중심으로 전개되던 국제 경제 질서가 신흥국의 참여를 통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제 협의체이다.

국제무대 주역 될 기회, 시위가 변수

이러한 변화는 과거 G8에 속하지 않았던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의 비중과 역할이 커졌음을 보여주며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욱이 G20 의장국으로서 11월 제5차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우리나라에는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기대와는 달리 성공적 개최에 대한 회의적 견해, 심지어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 부정적 견해는 G20 정상회의 반대시위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정상회의 자체가 제3세계를 소외시킨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으며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나 논의방식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다. 이를 시민이 집회나 시위를 통해 표현하는 데도 문제는 없다. 분명한 점은 집회, 시위의 자유도 무제한적이지는 않으며 여야 혹은 좌우의 입장 차이를 떠나 분명한 원칙과 절차에 기초하여 의견을 표명하고 수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반독재 투쟁을 할 때처럼 폭력시위, 불법시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1960년 4·19혁명 당시 경찰의 발포와 백골단의 기습에 대해 시위대는 폭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시위대도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전개하면서 최루탄을 쏘는 전경들에게 투석이나 화염병 투척 등으로 맞상대를 했다.

민주화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집회, 시위가 공격 내지 의사 관철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이는 오히려 군중의 힘을 이용한 집단적 폭력으로 변질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집회, 시위는 의사 표현의 수단이지 의사관철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 의사의 수렴을 통한 다수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부인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식의 억지 논리가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의사표현 한계’ 공감대 만들어야

정부가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집회, 시위를 원천봉쇄한다는 식의 대립구도로 치닫는 일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공권력을 동원한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는 일차로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표현의 범위와 한계를 객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록 모든 시민, 모든 단체가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대다수가 납득할 기준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일부 극우 또는 극좌 단체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묵묵히 지켜보는 다수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은 이들 조용한 다수의 힘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건 시민단체건 국민의 지지 없이는 성공하지도, 성장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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