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임오프 무너지면 ‘노사관계 선진화’ 공염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7월부터 노조전임자 수를 대폭 줄이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 노사가 편법을 써서 전임자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해주는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금속노조는 160여 개 단체협상 체결 사업장 가운데 85곳이 이면(裏面)합의를 했으며 이달 말까지 100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면합의는 개정 노조법에 근거를 둔 노조전임자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다. 타임오프제가 시행도 해보기 전에 무너진다면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조합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을 별도로 두거나 자판기 운영권 등으로 노조 재정자립을 보장해 주는가 하면, 상급단체 파견자 활동을 전임자 타임오프와 별개로 인정해주고 있다. 회사마다 ‘노조와 부딪치기보다 편하게 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편법 불법 단협에 도장을 찍어주기 시작하면 기아자동차 같은 회사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전임자 수 축소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파업안을 66% 찬성으로 가결했으나 회사 측은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의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전임자 타임오프제는 13년 동안이나 시행을 유보했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원칙을 시행하되 노조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려는 완충장치다. 불법 편법적인 노사합의로 타임오프제가 무산되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유명무실해지고 왜곡된 노사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타임오프제를 정착시키려면 사용자 측이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주요 대기업 대표들이 25일 타임오프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노조 측 요구에 불응하기로 합의한 대로 회사 측은 전임자에 대한 편법적 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개정 노조법에 저촉되는 노조의 요구를 물리쳐야 한다. 서울행정법원도 민주노총이 ‘타임오프 한도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노동부를 상대로 낸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지금 노사 현장은 노사관계 선진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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