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자존심을 걸고 바로 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검사상(像)은 이중적이다. 부정을 멀리하면서 거악(巨惡)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로 묘사되기도 하고, 힘과 권력의 상징이면서 그것을 남용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검사 스폰서 의혹은 영화와 TV에서 좋은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던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다.

‘검사 향응·접대’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 부장검사는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 모 검사장급 인사는 택시비 명목 등으로 현금 100만 원을 받았고 다수의 검사가 단체로, 또는 개별적으로 식사와 술 접대를 받았다. 부산지검 등이 정 씨의 진정을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묵살하는 등 은폐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결과는 당초 건설업자 정 씨의 폭로 내용과 비교하면 빈약한 편이다. 규명위는 정 씨의 주장 가운데 상당수는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 사실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물증 확보 등 규명에 한계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검사 스폰서와 관련한 핵심 의혹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검사에게 술값 등을 대주는 스폰서가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검찰 주변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돌았다. 실제로 지난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검사장이 옷을 벗었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문제 때문에 낙마했다. MBC ‘PD수첩’은 그제 룸살롱 여종업원과 전직 검찰 인사 등의 증언을 내세워 검찰의 또 다른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다. 다 믿기는 어렵다고 해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검사는 공익의 수호자다.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수사하려면 검사 자신부터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검사가 과도하게 회식을 즐기고 룸살롱 등에 드나들면 돈이 많이 들게 되고 스폰서를 두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과도한 권한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검사가 스폰서와 유착해 자신들의 권한을 자의적 변칙적으로 행사한다면 더 큰 문제다.

규명위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검찰문화 개선과 검찰의 자정기능 강화를 건의했다. 필요하다면 제도든 의식이든 문화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면 검찰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나라의 기강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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