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PF대출 ‘부실 폭탄’ 당국은 뭐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에 따른 금융 및 실물경제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돈을 빌린 시행사들이 갚을 능력이 없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와 보증을 선 시공사(건설업체)가 연쇄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회사 중에는 제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이 뇌관으로 꼽힌다.

PF 대출은 금융회사가 차주(借主)의 신용이나 담보 대신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가 된 것은 시행사가 대출 받을 때 시공사인 건설업체가 보증을 서는 제도적 맹점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이 채무로 잡히지 않아 보증을 남발했다.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건설회사의 보증만 믿고 사업성을 치밀하게 살펴보지 않고 돈을 퍼주다시피 했다. 돈을 빌리는 시행사와 보증을 선 시공사, 대출을 한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건설경기 위축 상황에서 ‘부실 폭탄’을 키웠다.

국내 부동산 PF 대출은 2000년대 들어 해마다 급증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한때 대출 총액의 60%를 넘었다.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도 소홀히 한 셈이다. 작년 말 국내 저축은행의 PF 대출 총액은 11조8000억 원이었고 연체율은 10.6%였다. 저축은행에만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이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 당국은 2006년 8월에야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율을 2008년 말까지 30% 이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그나마 제재조치가 따르지 않는 행정지도여서 효과가 적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30% 룰’ 적용 시점은 1년 연장됐다. 대응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기대한 연착륙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실만 커졌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PF 대출 부실 여파로 경영사정이 어려워진 금융회사와 건설회사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제한적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회사나 대주주의 책임부터 엄격히 물어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태인 일부 업체는 폐쇄 같은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 시공사의 보증 남발을 막고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중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책도 늦었지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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