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규석]훌쩍 큰 재활용시장… 질적관리도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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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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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10년간 한국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썼고, 2008년 환경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의 쾌거를 이뤘으며, 2010년 겨울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다. 11월에는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니 1953년 국민소득 67달러로 대표적 빈곤 국가였던 한국이 이제는 경제·사회·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올라섰다.

정부의 폐기물 정책도 많이 변했다. 1980, 90년대에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은 폐기물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다. 당시의 주 관심사는 원천적 감량과 안전처리였다. 폐기물 매립 및 소각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 전 세계적 석유자원 고갈 등 에너지 자원 위기의 심화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보도록 했다. 단적인 예로 1t의 금광석에는 약 5g의 금이 생산되나 같은 양의 폐휴대전화에는 금 400g, 은 3kg, 구리 100kg이 들어 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재활용 활성화를 통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대안이 필요했다. 이에 2000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다. 재활용 체계가 미미하거나 수익성이 없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재활용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만드는 제도이다.

전자제품(10종), 전지, 금속캔, 유리병 등 24개 품목이 대상이다. EPR 도입으로 기업이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재질을 설계하고 유해물질 사용을 자제하고 사후적으로 폐제품의 재활용 책임을 담당함으로써 폐기물 처리 비용을 최소화하게 됐다. 올해는 EPR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그동안 대상 품목이 확대됐고 회수 및 재활용체계 구축, 재활용 산업의 성장 등 변화가 있었다.

전자제품은 2001년 국민 1인당 0.72kg이던 재활용 실적이 2008년 2.3kg까지 상승했다(유럽연합은 4kg). 재활용을 통해 회수한 금속자원은 73만4000t에 이른다. 페트 유리병 금속캔 등 우리가 매일 먹고 버리는 포장폐기물은 80% 이상 재활용하며 무심코 버리는 과자봉지와 일회용 봉투도 따로 모아 배출하면 연료(RPF)나 조경용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재활용된 경제 가치를 환산하면 약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재활용산업의 기반도 구축됐다. 폐가전제품은 1990년대까지 난지도에서 무허가로 처리됐지만 가전기업의 노력에 따라 전국 5대 권역별 재활용센터(RC)가 설치됐다. 국산기술로 폐제품 분리, 냉매 등 환경오염물질 회수 등 완벽한 재활용시스템을 갖췄다. 재활용 사업자에게 주는 지원금 규모는 2008년 439억 원에 이르렀으며, 재활용시설 설치 및 기술개발 융자금이 지금까지 8000억 원 가까이 지원되는 등 재활용시장도 확대됐다.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효과는 약 2조6000억 원으로, 여의도 면적의 1920배에 달하는 잣나무숲이 흡수한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같다. EPR 제도는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많다. 우선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제품 유통구조가 변화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제조 수입업자에게 부과하던 재활용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전기전자 제품은 유통업체를 통해 약 35%가 판매되지만 약 8%만 회수된다. 따라서 정부는 유통업체에 전기전자 제품(가전, 휴대전화 등) 회수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신제품 출시와 재활용여건 성숙으로 인한 EPR 품목 확대도 요구된다. 자동차는 현재 EPR 대상이 아니지만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생산자 중심의 선진화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는 재활용량 달성 위주의 양적 목표에 치우쳤지만 고부가가치 재활용품 생산, 재활용 기술개발 등 질적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에너지 수급 불안, 유가의 고공행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 속에서 EPR 제도는 한 단계 더 전진해야 한다.

백규석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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