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장화]원전기술 수출경쟁력 갖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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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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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녹색성장의 핵심 에너지원이다. 현재 원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는 모두 32개국으로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에미리트 터키 베트남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2030년까지 새로 건설할 원자력발전소는 430기로 무려 1조 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경험-기술력만으론 낙관 못해

이에 따라 원전기술을 보유한 국가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한국은 신규 원전 80기 수출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는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전하며 쌓은 기술적 우수성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원전은 국가 에너지원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국내에서 20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며 신고리와 신월성 등에 6기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 전체 발전량의 35.7%를 차지하는 원전 발전량도 2022년에는 4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꾸준한 관심에 힘입어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국내 개최가 확정되는 등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경험과 기술력, 높아진 위상만 갖고 원전기술 수출을 순풍에 돛을 단 배 상황으로 낙관하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원전 수출에 관련된 요인으로 크게 원전건설 기술, 운전 및 유지관리 기술, 핵연료 주기 기술, 마지막으로 핵심 기술에 대한 국제적 인증 등 4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원전건설 기술의 경우 우리는 이번에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게 된 APR1400과 같은 한국형 원전처럼 명실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및 건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운전 및 유지관리 기술에 있어서도 상당한 수준이다. 핵연료 주기 기술의 경우 사용된 우라늄의 재처리 과정을 국내에서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만 관리하도록 한 규정 때문으로 기술 문제가 아니기에 수출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

원전 수출에 문제가 되는 것은 원전건설 기술과 관련한 핵심기술과 이에 대한 자격 인증이다. 쉽게 말해 원전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갖고 있는데 핵심기술에 대한 인증된 자격이 없어 우리 기술 그대로만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 공급이 확정된 원전만 해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에 일부 기자재 지원과 기기납품, 후방지원을 맡겨야 한다.

온전한 우리 기술만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독자적인 건설자격을 인정받는 일이 급선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내 기업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처럼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규제를 담당하는 권위 있는 기관에서 원천기술을 인증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국의 유자격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원천기술 확보로 자격인정 받아야

첫 번째 방법은 이상적이지만 비용과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몇 년 전 국내 기업이 미국 업체를 상대로 시도했으나 비용 문제로 성사되지 못하고 일본에 기회를 뺏긴 적이 있다. 두 방법 모두 쉽지 않지만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을 국가경제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상 어떠한 방법으로든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건설 기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 수출 경쟁력을 완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원전 르네상스의 시대에 주도권을 쥐려면 정부와 기업이 끊임없이 연구개발 및 지원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장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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