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北 군부의 ‘금강산 강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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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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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주무장관이지만 북한 방문 경험이 없다. 장관이 되기 전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었으나 아예 시도를 하지 않았다. 관광대가로 북한에 지불하는 달러가 북한 정권의 나쁜 행동을 돕는 데 쓰일 것을 우려해 금강산에 가지 않았다. 필자도 북한 집권층에는 단 한 푼의 도움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금강산 관광 꿈을 접었다.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무장을 위해 현금을 보태주는 ‘안보 자해(自害)’를 우려해 금강산 관광을 자제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 善意는 통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에 시작돼 2008년 7월 북한 초병의 박왕자 씨 사살로 중단됐다. 10년 동안 200만 명의 우리 국민이 금강산을 찾았다. 많은 것 같지만 5000만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다. 매년 1000만 명이 외국 관광을 가는 시대에 한 해 평균 20만 명은 많지 않은 수치다. 금강산을 찾은 사람들도 대부분 남북화해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했지만 북은 선의(善意)를 배신했다.

금강산에 가려면 입경료(入境料) 명목으로 1인당 60달러를 북한에 지불해야 한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가 한 달 일해야 버는 큰돈을 세금 내듯 북한 정권에 바치는 이상한 일이 관광이라는 명목으로 계속됐다. 입경료를 포함해 10년간 북한에 퍼준 관광대가는 5억 달러가 넘는다.

최근 북한이 벌이고 있는 ‘금강산 부동산 강탈극’은 대다수 국민의 우려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북한은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 부동산의 몰수와 동결을 마치고 어제 남측 체류 인원 가운데 16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3일까지 추방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의 속셈은 민간인들이 건설하고 운영하던 부동산 강탈 작전에 군인을 투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인 인민군 소장 박림수가 이끄는 군부가 재산 몰수와 동결을 주도했다. 총을 멘 북한군 초병들이 보초를 서는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 우리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몰수 딱지를 붙였다. 금강산관광은 남한엔 민간인의 레저활동이지만 북한에는 군부가 정권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부가 강도짓에 앞장설 까닭이 없다.

북한이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한 16명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생각이 있다면 체류인원을 모두 철수시켜 인질극의 소지를 미리 없애야 한다. 금강산 문제는 남북 관계 전체와 연계돼 있다. 천안함 사태의 배후로 떠오른 북한 정권에 현금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이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접어야 한다. 북한은 흔히 리비아와 비교된다. 양국의 장기독재는 닮은꼴이지만 최근의 리비아는 북한과 전혀 다른 나라로 변하고 있다.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는 개혁을 외친다. 그는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개혁이 시급하다. 세계는 점점 더 자유와 민주주의로 향한다. 우리는 그런 변화가 10년, 15년 뒤가 아니라 당장 리비아에 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이프는 6년 전 아버지를 설득해 핵무기와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했다. 그 결과 리비아는 수십 년간 지속된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났다. 사이프는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뒤 오스트리아에서 경영학석사(MBA),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앉아서 세습을 기다리는 ‘우물 안 차기 지도자’가 아니다.

리비아의 사이프와 北의 김정은

북한은 3대 세습이 거론되는 상황에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의 외국 경험은 10대 때 스위스 유학이 고작이다. 김 위원장 부자가 통치하는 한 북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깨끗하게 접어 북한의 세습독재에 반대한다는 표시를 분명히 할 때가 왔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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