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기우]선진국 가는 길, 新새마을운동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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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이 출범한 지 40년이 지났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전국 지방행정기관장회의에서 주민의 힘으로 마을을 가꾸는 운동 구상을 밝힌 데서 비롯됐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건국 이후 6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업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 이상이 새마을운동을 꼽았다. 농촌의 환경개선과 소득증대를 위한 생활운동으로서 새마을운동은 이제 일상생활을 떠나 역사 속의 기억이 되어가고 있다.

마을 단위 자치서 재도약 계기를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관심이 더 높다. 중국 몽골 캄보디아 네팔 콩고 라오스 베트남 등 많은 국가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려고 한다. 유엔에서도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저개발 국가의 발전전략에 접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개도국에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지원을 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가난의 악순환을 끊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빈곤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한국의 발전모델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은 중앙정부가 주도하긴 했지만 마을 사람 스스로 당면한 구체적인 생활과제를 설정하고, 지도자를 뽑고, 스스로 해결해낸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운동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두환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재활성화를 위해 새마을운동중앙본부를 민간단체로 설립하였으나 공무원을 파견하고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관변 권력기관화하고 부패사건에 연루돼 새마을운동은 변질되고 급속하게 쇠퇴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저개발 국가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대내적으로는 무관심 속에서 많은 자료가 방치돼 소멸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선례가 되는 중요한 자산이므로 사례와 자료를 모으고 객관적인 연구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을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넜으면 배는 그곳에 두고 가야 한다. 배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현 시점에 맞는 새로운 새마을운동 모델을 찾아야 한다.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다양한 지역 거버넌스 모델을 개발한 뒤 그 실천성과를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아래로부터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정부가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은 결국 주민들의 자치역량과 자치의지를 배양하고 발휘하게 하는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기초자치였던 면자치(面自治)를 포기하고 군자치(郡自治)를 도입함으로써 공백상태가 된 풀뿌리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마을 단위의 자치활동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지혜와 인력, 경비를 모아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내는 자조적인 주민자치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발전모델 수출도 현지 사정 살펴야

새마을운동을 대외원조나 기업의 현지지원 사업과 결부하여 국가 브랜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지 사정과 시대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접근은 실패하기 쉽다. 1970년대 우리의 성공체험은 그들에게 좋은 참고사항이 될 수 있으나 현지 역사와 문화를 기초로 현지인들이 중심이 되도록 접근해야 한다. 가시적인 통계성과에 집착해 성급하게 나설 일은 아니다. 비록 일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한국과 함께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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