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경제성장보다 경제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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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나라 1인당 국민소득(GDP)은 얼마야?" 하는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죠. 경제규모나 성장률을 알면 어떤 나라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양적 지표만으로는 삶의 질이나 경제적 행복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엔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로 행복도를 측정하기도 했지만 가치관이 다른 응답자의 답변을 똑같이 해석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08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등 2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삶의 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에 나섰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한 경제행복도지수는 네 가지 부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합니다. 소득과 소비가 얼마나 되는지, 분배의 공평성이 개선되었는지, 고용 주거 노후 교육 물가 등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본 것이죠. 지난 14년간의 행복도지수에서 최고를 1로, 최저를 0으로 수치화한 것입니다.

지수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로 0.885에서 0까지 급락했다가 회복돼가는 중입니다. 0.829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출렁한 뒤 0.664까지 회복된 모양새입니다.

경제성장률지수와 겹쳐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2003년까지 경제의 양적 성장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분배악화와 고용불안 탓에 경제행복의 개선은 더뎠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경제성장은 급격히 나빠졌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량해고가 없었기 때문에 경제행복의 충격은 작았습니다.

일본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경제성장은 좋았는데 경제행복도는 오히려 하락합니다. 경기회복으로 기업 살림은 좋아졌지만 임금이 줄고 '격차사회'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소득격차가 확대된 때문입니다.

경제행복도는 측정부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시도에서 새삼 알 수 있는 것은 국민이 기대하는 게 경제성장만은 아니라는 점이죠. 노후불안 고용불안이 줄어들고 소득불평등이 개선되면 경제행복도가 올라간다는 점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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