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지키다 스러진 그대들 잊지 않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아들아, 아들아. 차가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서대호 방일민 이상준 이상민 안동엽 박석원 강현구 박정훈 신선준 임재엽 서승원 차균석 김종헌…. 어제 인양된 천안함 함미(艦尾)의 식당 침실 탄약고 기관실 행정실 후타실에서 시신이 확인될 때마다 백령도 해상과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는 유가족의 오열이 터졌다.

천안함 침몰 20일 만에 ‘실종자’로 남아 있던 해군 병사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앞서 남기훈 김태석 상사가 함미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생존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됐지만 막상 함미가 인양돼 시신들이 확인되는 순간 유가족은 또 한 번 슬픔을 삼켜야 했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가 하나뿐인 생명을 바친 병사들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너무나 아프고 무겁다. 나라를 지키다 스러진 그대들을 보내며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

숨진 병사들은 천안함이 두 동강 날 때 함미에서 근무 또는 휴식 중에 함수(艦首)의 동료 장병들과 생사를 가르는 작별을 했다. 함수의 생존자 58명은 선체가 90도로 기울어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눈물겨운 동료애와 군인정신을 발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순식간에 침몰한 함미의 장병들은 생존 병사들보다 더 필사적으로 투혼을 쏟았을 것이나 역부족이었다. 일부 장병은 한동안 격실(隔室)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 최후를 맞았을지 모른다.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형제, 친척, 친구를 잃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희생된 수병(水兵)들의 동료애와 군인정신을 기리고 명예를 드높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 끝까지 기적의 생환을 기다리다 상심한 유가족에게 힘을 보태주는 일도 정부와 군(軍), 국민의 몫이다. 정부와 군은 순국 장병들에 대한 최고의 국가적 예우를 준비해야 마땅하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장병 6명과 유가족을 당시 김대중 정부가 홀대한 전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2연평해전의 희생자인 한상국 중사의 부인은 2005년 “이런 나라에서 어떤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 싸우겠느냐”고 개탄하면서 미국 이민을 떠났다가 3년 뒤 돌아왔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는 ‘대전(현충원)에 너를 묻고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엄마는 왜 이리 슬프고 초라한지 서글퍼진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위로편지를 보내왔다. 정부에서는 전화는커녕 편지 한 장 없다. 내 아들은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단 말인가’라고 수기에 썼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장병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은 지금도 6·25전쟁 미군 포로의 귀환과 전사자 유해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가가 순국 장병들을 잊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입대할 젊은이들과 현역 장병들은 애국심과 충성심, 책임의식을 키운다. 군 장병들은 바로 우리 자식이고 남편이고 형제다. 그들을 신뢰하고 사기와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도 국가와 남은 국민의 책임이자 국방을 더욱 튼튼히 하는 길이다. 천안함 사태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사대비 태세를 정밀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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