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정]꽁꽁 닫고 하더니… 변죽만 울린 서울교육청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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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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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교육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서부지검이 14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76)을 구속 기소하며 브리핑을 했다. 이날 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의 전 교육정책국장 김모 씨(60)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36명은 불구속 기소하는 등 교육계 비리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55명을 한꺼번에 기소했다는 수사 결과를 자랑스럽게 내놨다.

이날의 브리핑은 서부지검이 1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를 구속하면서 교육청 인사비리를 본격 수사한 지 3개월 만에 처음 열린 것이었다. 그간 서부지검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수사진행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해 왔다. 어떤 언론보도가 나와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문의전화에는 상당 기간 “기자 전화는 연결시킬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사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면 수사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검찰 수사에 합리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 달라며 수사 결과를 자신했다.

그러나 14일 뚜껑을 연 수사 결과는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미흡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공 전 교육감을 정점으로 한 인사비리의 고리가 일부 드러난 것은 성과라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당초 수사선상에 올랐던 의혹들이 시원하게 파헤쳐지지 않은 채 서둘러 종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국무총리실 암행감사팀이 적발했던 김 전 국장의 ‘14억 원 통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공 전 교육감의 측근이자 교육청의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전 국장이 14억 원을 조성한 과정도 의문이지만 이 돈이 윗선을 위한 비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 때문에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내내 14억 원 통장의 정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언급 자체를 회피해 왔다.

14일 브리핑에서 검찰은 “10억 원 정도는 본인이 주택을 구입하려고 대출받은 돈이고 나머지 2억 원 등은 아들 주택구입자금 등이었는데 자금 출처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출처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2008년 말 선거자금 수사를 벌이다 찾아냈던 공 전 교육감 부인 명의로 된 4억 원대의 차명계좌 역시 이번에도 출처가 규명되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을 그토록 피했던 것은 수사 결과를 자신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수사’만 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다.

장윤정 사회부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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