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천병철]신종 플루 1년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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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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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을 기준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 28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후 ‘경계’와 ‘심각’ 단계를 거쳐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위기단계로 돌아왔다. 세계적으로도 신종 플루 바이러스의 활동은 잦아들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해서 각국 정부와 단체는 신종 플루 대비와 대응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신종 플루는 1968년 홍콩독감 이후 40여 년 만에 출현한 대유행 인플루엔자이지만 병독성이 과거 대유행 바이러스보다 낮고, 봄에 출현하여 가을 유행까지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 많은 나라가 항바이러스제 비축과 백신 개발 등 사전 대비를 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대유행 발생의 시기나 장소,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병독성이 예측불가능하고, 일단 발생하면 빠르게 전 세계로 전파되며, 검역이나 방역활동만으로 지역사회 유행을 막지 못한다는 점은 과거와 마찬가지 특성이었다.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언제 어떤 특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고 피해가 광범위하므로 국가재난 혹은 공중보건위기상황으로 간주한다. 또 이에 대한 대비 및 대응 수준은 이와 유사한 다른 신종 전염병 유행이나 생물테러의 대응 수준을 나타내므로 매우 중요한 국가안전지표가 된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행과 대응의 평가와 교훈이 중요한 이유이다.

신종 플루의 유행을 하나의 위기라고 했을 때 이에 대한 접근은 위기수준에 대한 평가, 위기관리, 그리고 위기커뮤니케이션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즉 신종 플루의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고 이 수준에 맞는 관리방법을 적용하며 이를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행 기간에 몇 차례의 조사와 평가를 통해 신종 플루의 위험수준을 측정하고 발표했다. 위험도 평가가 곧 대응정책의 기반이 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위험도 수준은 위기단계 설정기준, 유행차단 단계에서 환자치료 단계로의 전환시점의 결정, 유행기간 중 감시해야 하는 지표 설정,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단 및 치료지침, 백신의 우선 순위자 결정, 휴교나 집회의 제한 같은 공중보건조치 시기와 수준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신종전염병 출현에 대비하여 인구 20% 수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 검사시설의 확대, 지정격리병상 확보, 100개 병원에 격리외래시설 및 30개 병원 격리중환자실 확보 등의 의지를 밝혔다. 신종 플루가 오기 전에 대유행대비 연구보고서나 전문가의 주장에서 이미 봤던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달 22∼26일 국내 19세 이상 성인 1650명을 대상으로 신종 플루 인식에 대한 전화설문을 실시했다. 국내의 신종 플루 대응활동과 관련해 ‘매우 잘했다’는 10점, ‘아주 못했다’는 0점이라고 평가를 했을 때 손 씻기나 기침 예절에 대한 홍보만 평균 7.5점으로 높았다. 백신확보 및 접종정책, 병의원에서의 환자 진단 및 치료, 신종 플루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 및 확산방지대책은 평균 5점대에 머물렀다. 국민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유행 이후에 질병관리본부를 신설하고 검역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행은 확진자가 1명도 없었던 사스 때와는 달리 환자관리, 유행관리 부분에서 더 큰 교훈을 줬다. 신종 전염병 및 이와 관련된 재난관리 수준이 또 한 단계 높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천병철 고려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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