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우룡 사퇴와 MBC 개혁은 별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월간지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재철 MBC 사장의 관계회사 인사에 대해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김재철(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을 담은 신동아 보도는 MBC 인사에 대한 방문진 관여의 적정성 여부, 외세의 압력 의혹 등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 이사장은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 때문에 이른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MBC 개혁이 흔들려선 안 될 일이다. 그의 발언은 자신을 과시하느라 ‘오버’한 대목도 적잖아 보인다.

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방문진 이사장을 할 만한 인물이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애당초 방문진 이사장 선정이 잘못된 인사였던 셈이다. ‘쪼인트도 까고…’ ‘개망신’ ‘좌빨’ 같은 말은 대학교수 출신의 방문진 이사장이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천격(賤格)이다. 이런 사람에게 사회의 품격을 선도해야 할 공영방송의 경영을 감독하게 하고 인사권을 맡겼다니 이 정부 인사가 참으로 실망스럽다.

김 이사장의 발언 가운데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할 것도 있다. ‘큰집’에서 김 사장을 불러다가 인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은 권력 기관이 인사에 개입한 듯한 인상을 준다. 노무현 정부의 방송사에 대한 ‘코드 인사’를 비판했던 현 정부가 같은 전철을 밟았다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김 이사장의 발언 중에는 엄기영 전 사장 등 당사자들의 말과 배치되는 내용도 있다.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MBC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방문진의 인사권 행사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김 이사장의 발언이 돌출했다. 김재철 사장을 압박해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의 교체를 관철한 노조가 이번 사태로 힘을 받아 개혁을 저지하고 나설 소지가 있다. 김 사장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 본부장 인사를 노조와 협상한 것은 인사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에게 MBC의 제자리 찾기와 노영방송 탈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MBC 개혁의 주체는 방문진이 될 수밖에 없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 바로 세우기 작업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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