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성희]부패교육감 이념교육감 뽑는 直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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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9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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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9년 전인 1991년 정부가 쥐고 있는 교육행정권한을 시도교육위원회로 이전하고 민선 교육감이 등장하면 ‘문교부’로 상징되는 교육관료주의 등 우리 교육의 병폐가 상당부분 해결되는 줄로 알았다. 민선 교육감은 교육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도 화문석 사건’이 터졌다. 교육감 후보자가 교육위원들에게 값비싼 강화도 화문석을 뇌물로 돌린 사건이었다.

비리 잉태하는 막대한 선거비용

교육감을 선출할 때마다 금품수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후보자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1997년 지방자치교육법이 개정됐다. 교육감 선출 권한이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97%)과 교원단체 추천선거인(3%)으로 넘어갔다. 그때엔 합리적 개선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교사와 학부모를 학교운영위에 넣으려고 싸움질을 벌이면서 학교가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법으로 거론된 것이 교육감 선출을 학교운영위에 맡기지 않고 주민 손으로 뽑자는 것이었다. 호선과 간선의 폐해가 너무나 컸기에 직선을 하면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자치라는 거창한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내손으로 교육의 수장을 뽑을 수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거 시즌이 시작되자 선거차량에서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와 여기저기 도배질한 현수막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교육감 후보자를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처럼 저렇게 천박한 방식으로 홍보해야 하는지 회의가 밀려들었다. 국민 모두가 교육감 선거의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금세 드러났다. 청년실업자나 노인이 교육감 선출에 무슨 큰 관심이 있겠는가. 학부모 투표율도 낮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자기 자식의 입시에 대한 것일 뿐 교육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었다. 형편없이 낮은 투표율 속에 등장한 것은 부패교육감 아니면 이념교육감이었다.

직선 교육감의 고비용 선거구조는 그 자체로 비리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선거비만 30억 원이다. 실제 선거비용은 더 들었다는 소문이다.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후보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지출한 비용을 거두려 하거나 당선을 도운 공신들에게 논공행상 인사를 할 여지가 높다. 장학사 장학관의 순환보직을 매개로 한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가 이른바 ‘공정택 마피아’에 의해 주도된 것이 무리는 아니다.

‘교육개혁 모델’ 미셸 리는 임명됐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 어제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1000만 수도교육의 책임자를 순식간에 비리혐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데 직선제도 어떤 인과관계에서건 한몫했다. 시도 교육의 인사권 예산권 운영권 같은 막강한 권한이 교육감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그 교육감이 직선을 통해 선출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교육비리는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교육감은 정당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2007년 12월 교육감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기호가 같은 ‘2번’이 모두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은 무얼 말하는가. 국민은 교육감을 정당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도 교육감 선거에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 교육개혁의 사표(師表)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은 에이드리언 펜티 시장이 임명했다. 6·2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초장부터 김 빼고 싶지는 않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직선 교육감 폐지야말로 교육개혁의 출발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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