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편지/정연호]‘산유국’ 나이지리아에 전기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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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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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OF EXCELLENCE. 나이지리아 최대 상업도시인 라고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 30년 전까지 1억5000만 인구인 나이지리아의 수도였고 서부 아프리카 최대 도시이니 이름에서 나이지리아인이 갖는 자부심과 바람이 느껴진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아주 열악하다. 필자가 세 들어 사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촌이라 할 수 있는데도 전기 공급이 거의 안 된다. 밤에는 가로등이 없고 집집마다 자체 발전기를 사용한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물은 자체 샘을 파서 사용하든지 아니면 물 공급회사로부터 구매한다. 또 비가 조금만 와도 도시 곳곳이 침수된다. 대도시가 이러한데 지방 소도시 및 농촌 지역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인구 중 70%가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살면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 통감한다. 자원의 저주(Curse of natural resources)라는 말이 바로 나이지리아에 해당되는 표현인 것 같다. 1960년대 후반 이후 석유 생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1인당 구매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와는 상반되게 노르웨이는 비슷한 시기에 석유를 개발했는데 현재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의 하나이고 매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다. 필자가 오래전에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했을 때 받은 첫인상이 새롭다. 2000년쯤으로 기억하는데 오슬로 공항 시설 및 설비뿐만 아니라 공항부터 시내까지 완벽한 철도 시설 등과 공공이익 위주의 사회제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르웨이도 석유 개발 전까지는 주요 산업이 농수산업인 가난한 나라였다. 한국에 비해 별반 나을 것도 없는 살림살이였다.

왜, 같은 석유자원 부국이고 비슷한 시기에 석유 개발을 했으면서도 나이지리아는 아직까지도 빈국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는가? 미래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비전 부족과 역사에 대한, 국민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또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 여기에 둔감하고 현실을 어쩔 수 없다고 순응하는 국민이 문제이다.

라고스에서 지방 도시로 가면서 보면 아프리카의 열악한 생활수준을 실감할 수 있는데 과거 한국도 6·25전쟁 후 1970년대 초까지 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낀다.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국민의 열망을 끌어내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힘이 얼마나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지 나이지리아에서 살면서 새삼 느낀다.

라고스에 대우가 진출한 지 올해로 35년째이니 한 세대가 지났다. 지금은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로 분리 독립하여 각자 활동하지만 30여 년 전에 심어진 ‘대우’라는 단어는 이곳 사람에게는 영원히 하나의 브랜드이다. 최근에는 국내 전자회사가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한국 제품 인지도가 한층 높아져 고무적이다.

나이지리아에는 라고스 및 수도인 아부자를 중심으로 대사관, KOTRA, 상사 주재원을 포함하여 300여 명의 교민이 산다. 우리 문화를 알리고 즐길 만한 이렇다 할 시설이나 문화행사가 없어서 아쉽다. 교민사회가 작은 이유도 있겠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게 문화원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문화도 브랜드다. 유형적인 거래만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정연호 대우인터내셔널 라고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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