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학과평가 빠진 맹탕 대학 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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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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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체평가 결과가 해당 대학 홈페이지와 대학 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22일부터 공시되었다. 최초로 시행하는 자체평가 공시였기에 많은 언론과 전문가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번 자체평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자체평가 보고서는 냉철한 분석에 기반을 둔 장단점 파악과 개선방안 도출이 아닌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학교별로 비교가 불가능해 대학평가 전문가조차 소화하기 어려운 형태와 내용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번 자체평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자체평가의 근본 취지를 살펴보자.

자체평가는 대학 스스로가 장단점 위협 기회요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발적인 평가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자체평가는 지금 여러 선진국에서 시도되는 새로운 고등교육 질(質) 보장 체제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새로운 고등교육 질 보장 체제는 평가와 인증을 통한 국제적 통용성 확보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평가와 인증체제를 정비하고 이에 연계된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의 성과유인을 강화시키려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정보공시(2008년 12월 시행) 자체평가(2009년 시행) 외부평가(2010년 시행 예정)와 이에 연계된 재정지원이라는 4개의 기둥을 근간으로 고등교육 질 보장 체제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번 자체평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 자체평가의 내용이 대학개혁 방향 설정에 필요하고 유용한 분석을 담지 못하고 있다. 자체평가의 핵심요소이지만 거의 모든 대학의 자체평가 보고서에 미비한 내용은 대학 내의 단과대학 또는 학과(부)별 장단점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학과조정을 포함한 향후 발전방향이다. 이러한 학과별 평가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많은 학교는 공개적인 자체평가보고서에 이를 담고자하는 유인을 전혀 지니지 못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학교 내 학과별 평가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학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매우 높다. 대졸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대학이 너무 많은 탓도 있지만 사회적 필요에 맞추어 학과가 빠르게 조정되지 못한 탓도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비교해보자. 한 학교에서 학과별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배(사립 A대) 또는 40배(국립 B대)나 차가 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차는 전공 특성이 아니라 수요 변화에 따른 학과 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음에 기인한다.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대학교육과 사회적 수요 간의 불일치 문제의 완화를 위해 자체평가 내용에 학교단위 평가뿐 아니라 학교 내 학과단위 평가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둘째, 자체평가의 비교가능성이 너무 낮았다. 자체평가가 자발적인 평가라는 점에서 일률적인 평가 틀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약한 형태로나마 비교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자체평가 내용을 장점 단점 및 발전방향별로 요약하여 웹 화면에 직접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자체평가의 요약을 대학 알리미의 ‘대학경쟁력 알림’ 페이지에 함께 올려놓아 학생 학부모 전문가가 대학의 자체평가 핵심 내용을 주요 지표와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자. 대학 알리미의 충실도가 높아지고 유용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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