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료마 드라마’의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일본 공영방송인 NHK TV는 도쿠가와 막부 말기 근대 국민국가 수립을 위해 활약한 사카모토 료마의 삶을 조명한 대하 역사드라마 ‘료마덴(傳)’을 3일부터 방송했다. 지난해 말에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발전을 위해 각 분야에서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도전을 다룬 ‘언덕 위의 구름’이란 드라마를 내보냈다.

료마는 오랜 세월 대립하던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동맹을 성사시켜 막부를 무너뜨리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메이지유신을 가능케 한 주역이다. 통상과 해운에도 일찍 눈을 떠 일본 최초의 해운회사를 설립했다. 메이지유신 직전 막부가 보낸 자객에게 암살된 그는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 1위로 꼽힌다. 국민국가 건설을 위한 열정과 도전, 32세에 요절한 비극적 삶이 인기의 요인이다.

NHK의 역사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는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심층적으로 다루되 철저한 고증을 거친다. 해석의 차이는 허용되지만 기본적 팩트를 왜곡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금물이다. 시대정신을 반영해 국민적 통합에 기여하고 희망을 주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올해 신년 대하 드라마의 주인공을 료마로 택한 것도 심각한 경제 불황과 사회적 격차 확대로 위축된 일본 국민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북돋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비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신에 대체로 뒤틀리고 어두운 내용이 많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드라마적 재미에 너무 치우친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비틀어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킨다. MBC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난을 일으킨다는 ‘미실의 난’은 어떤 역사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 픽션이다. 특히 TV 드라마는 파급효과가 큰데도 가정이 정상적이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관계설정을 하고 불륜이 꼬리를 무는 ‘막장 드라마’로 일관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대한민국 건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소재가 관객몰이를 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때가 많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더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기존 방송사의 자정(自淨) 노력과 함께 방송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 올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통해 가시화할 방송 개혁이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방송은 국민의 윤리의식을 고양하고 사회통합 같은 방송의 순기능을 촉진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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