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견우]경찰인사, 위원회 심의권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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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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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찰은 정권의 수호자로서 권력기관이었기 때문에 경찰의 인사가 정치적 입김과 청탁에 의하여 좌지우지되었던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권력기관 중에서 경찰만큼 인사의 후진성을 시정할 의지가 부족했던 예도 없을 것이다. 인사 후진성을 극복하려면 경찰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고위직에서부터 시작해야 비로소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 경찰 인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인사는 만사다’라는 명언을 되새기면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사항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 인사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이 제대로 확립된 인사시스템을 잘 갖춰야 신나게 일을 할 수 있다. 신나게 일하는 경찰이 국민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인사원칙을 하루 빨리 확립해야 한다. 경무관 2년 만에 치안감으로 승진하고, 치안감 1년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하고, 다시 치안정감 1년 만에 치안총감으로 승진하여 경찰청장이 된다면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경찰관 정기 승진심사기준’ 또는 ‘경찰관 정기 보직인사기준’ 등 경찰 인사에 관계되는 운영기준은 ‘경찰위원회규정’에 의하면 분명히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부의 사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경찰위원회에서 심의하거나 의결한 적이 없다. 이유는 인사가 지휘관의 고유권한에 해당되고 인사기밀의 누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심의·의결기관으로서의 경찰위원회를 설립한 취지는 지휘관의 고유권한 내지 재량권으로만 이해하던 인사권을 원칙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법령이 경찰위원회에 부여한 ‘경찰 인사에 관계되는 운영기준’에 관한 심의 의결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정부의 국정과제인 법치주의를 한발 앞당기고 나아가 인사의 폐해 또는 난맥상을 방지함으로써 강한 경찰을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인사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정치적 영향력에 의한 인사는 또다시 정치적 영향력의 인사를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됨으로써 경찰 인사의 난맥상을 더욱 가중시킨다. 과거 정권시절에 권력 실세의 가방을 들어주던 모 경위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등 경찰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닌 적이 있다.

현 정부 아래서도 대통령 측근에서 실세로 평가받으면서 “경찰의 인사는 그 사람이 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인사는 조직 내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인사는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화합이 필수이고, 이런 조직 내 화합은 인사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가능하다. 인사의 균형이란 출신과 연령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경찰이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입직출신에 따른 인사가 아닌가 한다. 경찰은 순경, 간부후보, 경찰대, 고시 출신으로 나뉘어 있는데 인사에서 이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경찰 사기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수한 인재의 효율적인 활용은 입직출신별로 적정한 균형을 유지할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한견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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