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전쟁 속에서 출범하는 사회통합위원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이해갈등을 조정해 하나씩 풀어가는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한국의 정치는 사회의 소통과 통합에 기여하기는커녕 분열과 대립을 악화시키는 역기능을 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마다하지 않으면서 계층 간 반목을 부추기고 지역감정에 불을 지른다. 최근 전개되는 세종시 수정 문제와 4대강 예산 논란에서도 정치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겨냥해 국가백년대계를 불쏘시개로 쓰기에 바쁘다.

요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는 점거농성을 하는 야당 의원들의 이부자리가 등장했다. 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국격(國格)을 부끄럽게 하는 풍경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이미 내년 예산의 연내 조기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를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어놓고 강행처리와 물리적 저지라는 최악의 충돌에 대비해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여야가 길고 지루한 ‘예산전쟁’을 벌이다 끝내 연내 예산안 타결에 실패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 그중에서도 상대적 약자인 서민이 될 것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월세금 소득공제 신설 같은 민생법안도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어제 계층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 해소를 추구하는 사회통합위원회의 인선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국무총리를 지내고 서울시장을 역임한 고건 씨가 위원장이고 민간위원 32명과 관계 장관 등 당연직 위원 16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명망가들의 위원회가 화려하게 돛을 올려서 사회통합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사회통합위의 출범을 앞두고 박수나 치고 있기에는 국민의 마음이 씁쓸하고 허전하다. 국회가 근본적으로 선진화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위도 결국 역대 정부에서 반짝하고 나타났다 별똥별처럼 사라진 또 하나의 위원회에 그칠 것이다.

작년 12월 18일 폭력국회에서 시작해 이달 17일 민주당의 예결위 점거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치는 1년 넘게 ‘상시 전쟁상태’다. 이런 정치를 놓아두고 사회통합위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앞선다. 사회통합위의 출범 자체가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을 위한 각종 정치·사회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통합위는 분열을 부추기는 우리 정치문화를 과감하게 개혁하는 방안 마련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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