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기용]재개발-재건축 공공참여때 신탁사 활용을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재개발 및 재건축 도시정비 사업을 위한 공공관리자제도가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제2의 용산참사를 막거나 사업비리, 조합원 간의 갈등을 풀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국회에 제출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진행 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게 골자이다. 기존의 정비사업은 주민 주도를 표방하며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조합원 간의 갈등, 사업자금 조달 미비, 경험 및 전문성 부족, 정비업체의 영세성이라는 문제점을 내포했다.

현재 공공관리자제도의 자격자는 지자체장이다. LH공사 SH공사 신탁사 감정원은 대행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정비계획의 수립권자가 신탁사 등을 공공관리자로 지정하여 공동 시행뿐만 아니라 대행 시행에도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 놓은 것은 바람직하다.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공공성을 지향하는 만큼 정비사업 전 시행과정에서 실질적인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명문화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정비업체 선정, 설계자 선정, 시공사 지원을 지자체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데 공직자의 부패나 비리를 막기 위한 감독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관련해 적발된 뇌물 수수 9900건 중 약 2300건에 공직자가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추진 시 지자체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개인의 재산권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도시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공익성과 투명성을 지닌 신탁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공관리자가 정비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권한만 앞세워 사업을 진행할 경우 조합을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충돌이나 마찰이 불가피하다.

공공관리자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 예를 들어 정비업체나 설계사, 시공사와의 계약 시 신탁사가 참여하면 사업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정비사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재정능력이 열악하여 정비기금이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는 공공관리 대행기관인 신탁사의 지원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정비기금을 확보한 지자체도 공신력 있는 신탁사를 활용하면 기금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신탁사는 신탁업법에 근거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부동산 신탁전업 금융회사로서 모든 업무를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한다.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 배제될 뿐만 아니라 신탁회사의 고유재산과는 별도로 독립하여 회계를 처리하고 관리한다. 공공관리자제도 시행 시 전문성 안정성 투명성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신탁사를 적극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주기용 대한토지신탁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