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현지]리베이트 문제에 당당한 제약업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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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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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요즘 ‘심하게’ 보건복지가족부 눈치를 보고 있다. 복지부가 도입하려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때문이다. 복지부는 당초 15일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포함한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제약업계는 이틀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가 제약산업을 몰락시킬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제기하려 했었다.

하지만 복지부가 발표를 연기하자 협회도 급하게 간담회를 철회했다. 정부 당국 발표에 앞서 제약업계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제약업계가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실시 여부에 안절부절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제도는 병·의원이 약을 지금보다 싼값에 산 후 그 가격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면 공단이 병·의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목적은 약값의 실거래가를 찾아내고, 리베이트를 없애는 것에 있다. 동시에 건보공단 재정도 아끼는 효과가 있다.

복지부는 그간 병·의원이 공단에 약값을 부풀려 신고해 왔다고 보고 있다. 부풀려진 약값은 제약업계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병·의원은 약을 팔아 장사하지 않기 때문에 약값을 올려 신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복지부는 부풀려진 약값의 일부가 병·의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면서 병·의원과 제약업계 간 공생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리베이트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제약협회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가 실시되면 제약업계가 연간 1조800억 원가량 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복지부가 저가 신고된 가격을 다음번 약가 책정 시 기준가로 삼으면 그만큼 매출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사정을 잘 아는 측에서는 ‘이 금액의 상당부분이 리베이트로 쓰일 것’이라는 추정을 한다. 약을 1조800억 원만큼 비싸게 공급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협회 측은 올해 3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주제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진 데 이어 협회 내 리베이트 제보창구를 설치했다. 리베이트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이 제도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그만큼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복지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실시와 함께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차제에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문제 해결에 당당하게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시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 비중을 높이는 기업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지 산업부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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