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중현]요르단 원자로 수주, 샴페인 따기 전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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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의 끝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열사의 땅 요르단에서 최고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 원자로 국제 경쟁입찰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최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하면 정부수립 이래 처음이자 원자력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원자로를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국가 경제성장의 든든한 디딤돌이 됐던 원자력계는 이번 수주를 토대로 또 다른 숙원인 대형 상용 원전 수출을 성사시켜 원자력 수출산업화의 목표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요르단 연구로 수주의 근간이 된 지난 50년간의 노력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원자력을 발견하고 처음 이용하기 시작한 나라는 미국과 옛 소련, 유럽 등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던 열강이었다. 이들 국가는 경쟁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며 이용 확대를 이끌었지만 1970, 80년대 스리마일, 체르노빌 사고로 안전성에 의문이 생기자 급격히 위축됐다. 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원자력 발전 기술을 이전받고, 국산화하고 선진국보다 앞서 일부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결승점이 아니라 반환점이다. 잠에 빠졌던 토끼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섭게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1980, 90년대 원자력 연구개발에 손을 놓았던 미국이 다시 뛸 채비를 마쳤고 유럽은 아레바(AREVA)라는 강력한 구심점 아래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로 열린 세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가운데 중국도 경주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1959년 연구용 원자로를 수입할 때 국고가 모자라자 미국에서 35만 달러의 차관을 받았다. 연구용 원자로, 또는 상용 원전 한두 기를 파는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적인 수출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원자력 공급자가 되려면 과제가 많다. 원자력은 품질 좋고 값이 싸면 팔리는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 상품(원자로)이 우수하고 안전성과 규제 체제 등 국가적 능력을 갖춰야 하고 대규모 금융 지원 체계와 정책 지원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도전과 경쟁은 더욱 험난하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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