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성률]아이폰도 허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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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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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힘은 명확하면서도 소비자가 공감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뚜렷한 실체가 커뮤니케이션과 경험을 통해 소비자 마음에 자리를 잡는 데서 비롯된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는 오랜 세월에 걸친 기업의 노력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그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의 대명사인 할리 데이비슨처럼 일종의 컬트(cult)적인 색채를 띠는 브랜드로 나타난다. 일부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상징물로 간주하고 결국 자기애의 연장선에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형성한다.

한국 시장에 갓 출시된 아이폰은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시 전, 네이버 뉴스에서 나타난 16만 건의 기사 수(중복 허용)는 앞서 애니콜 햅틱 관련 기사 수치의 거의 2배에 이른다. 출시된 대기 예약자 역시 4만∼6만 명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국내 경쟁업체를 긴장시킨다.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성공적이라고 가정한다면 배경은 무엇인가 하는 점인데 애플과 아이팟이 가진 브랜드 파워의 연장선에서 살펴봐야 한다. 그들의 힘의 원천은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애플의 실행력이며, 결과적으로 형성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동경이다. 애플과 아이팟의 브랜드파워는 단순함과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브랜드의 지향가치, 이를 구현하는 뛰어난 디자인, 창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기능에 의해 형성됐다. 여기에는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경영방침 및 기업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팟은 MP3 시장에서 젊음과 트렌드를 대변하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런 가치에 동조하는 많은 소비자를 마니아층으로 이끌었다. 아이폰은 애플과 아이팟의 브랜드 파워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좀 더 손쉽게 새로운 제품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출시 전에 전개한 신비주의적 마케팅 역시 수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하면서 PR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이튠스와 연동한 콘텐츠 역시 초기 성공에 힘을 실었다.

다음으로는 아이폰에 대한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질문이다. 해외와 국내 시장의 휴대전화 이용 환경은 다르다. 또 휴대전화는 독립적 상품이라기보다는 통신회사 서비스와 결합해 판매하는 결합상품의 형태이다. 출시 초기 수많은 대기 예약자를 유도했는데 제품을 받고 개통 전까지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소비자를 배려하지 못한 셈이다. ‘다음 달 폰’이라는 별칭까지 생길 정도로 출시시기를 수차례 지연시킨 일도 신비주의적 효과는 볼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아이폰에 가장 크게 힘을 실어 준 브랜드는 아이팟이라 할 수 있다. 아이팟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강자 브랜드이다. 국내에는 MP3플레이어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상위 제품으로 인식되는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세계적인 강자 브랜드가 존재한다. 추격자가 선두 주자를 동일한 경쟁 플랫폼 상에서 극복하려면 월등히 뛰어난 차별적 강점을 필요로 한다. 휴대전화에서의 전통적인 강자 브랜드를 무너뜨리기에는 아이폰의 기능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현실이다.

아이폰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의 힘이 시장에서 어떤 위력을 보이는지에 대한 대표적 사례다. 지금 시점에서 아이폰의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뚜렷한 실체와 차별적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브랜드력에만 의존한 마케팅은 지금의 열기를 일시에 잊어버리게 만들 수 있음을 국내 업체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전성률 서강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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