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송평인]“삼성-LG는 알지만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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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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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7대학은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 등 동아시아 학과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 동아시아를 가르치는 프랑스 내 또 다른 중요한 학교로는 동양어학교(INALCO)가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중국학과 일본학과만 있지 한국학과가 없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한국학은 파리7대학이 근거지와 같은 곳이다.

파리7대학의 올 한국학과 신입생을 상대로 한 앙케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에블린 에야모라는 학생은 “깜짝 놀랄 것이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에 내가 왜 관심을 갖는지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발레리 로지에라는 학생은 “친구들은 한국어는 중요한 언어가 아니며 차라리 중국어를 공부하라고 충고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응답을 했다.

그럼에도 올해 이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은 지난해 54명에서 70명으로 크게 늘었다. 물론 이 수는 일본학과 174명, 중국학과 99명에 비하면 적은 것이다. 게다가 동양어학교 중국학과와 일본학과에 훨씬 더 많은 학생이 입학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나라를 나란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프랑스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중요한 동아시아어는 일본어와 중국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학 한국학과 신입생이 2001년 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10배로 늘어난 70명은 놀라운 것이다. 이들 학생 중 상당수가 한국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기업에서 한국어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주변의 불안해하는 시선에도 한국어를 선택하면 취업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약진은 눈부시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는 9일자에서 삼성 휴대전화가 프랑스 시장의 40%를 점유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가 프랑스 시장에서는 삼성에 발목이 잡혀 그 절반 수준인 20%에 묶여 있는 현상을 ‘미스터리’라고까지 보도했다.

여기에 3위는 LG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과 LG를 합칠 경우 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TV는 말할 것도 없다.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전 분야에서 삼성 TV는 프랑스 1위다. LG는 PDP 분야에서 프랑스 3위다.

이제 프랑스에서 삼성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프랑스인은 삼성이 한국 기업인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일본이나 중국 기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한국학과를 지원할 정도의 학생들은 삼성 LG 기아 현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불안해하는 시선을 받고 있고, 그 주변 사람들이란 자기가 쓰는 삼성 휴대전화가 한국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인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임을 스스로 광고하고 다니는 일은 없다.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지만 굳이 핀란드 기업임을 선전할 필요는 없었다. 노키아는 오히려 그 이름 때문에 일본 기업처럼 보여 잘나가기도 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임이 알려지면서 핀란드의 이미지가 크게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의 약진을 어떻게 한국의 이미지와 더 잘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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