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오바마 訪中의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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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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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도 되나요? 발길질을 하지는 않겠죠.”

1984년 중국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중국 산시(陜西) 성 시안(西安)에서 병마용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기념촬영을 마친 뒤 병마용 군진을 향해 농담 삼아 “해산해도 좋아(You are dismissed)!”라고 외쳤다고 한다. 하지만 병마용의 후예들은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해 미국의 맞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도착하면서 3박 4일의 첫 중국 방문을 시작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에 이은 5번째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이번 방문에는 어느 때보다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6자회담 등 그 어느 때보다 복잡다단한 지구촌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양국 사이에는 무역분쟁, 위안화 평가절상 등 불꽃 튀는 공방도 예고돼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중국의 부상과 세계정세에 따라 변화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재임 기간에 한 차례 정도 중국을 방문하는 게 고작이었다.

일례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을 찾은 것이 전부였다. 각각 8년을 재임한 레이건과 클린턴 대통령 역시 재임 기간에 중국을 한 번 찾았다. 중국과 수교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국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8년을 재임한 아들 부시 대통령은 재임 중 중국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격상됐다. 현재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중국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 첫해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 같은 중국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아시아 순방 일정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할애하는 등 중국 대접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찾을 때마다 늘 빼놓지 않았던 자유와 인권 평등 민주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충고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다. 이전 미국 대통령은 특히 대학생 상대의 강연에서 민주주의적 가치의 수호자를 자임해 중국을 압박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베이징대에서 인권의 존엄성과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도 2002년 첫 방중 때 칭화(淸華)대 학생들에게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며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에 대학생들을 만난다. 다만 전임자들이 베이징에서 강연한 것과 달리 상하이 대학생들과 만난다. 이 때문에 ‘정치 수도’인 베이징 대신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를 선택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5년 전 레이건 대통령은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강연했다. 당시 그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해 침묵하는 대신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당시 소련과의 치열한 냉전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처지다. 그런 그가 레이건 대통령처럼 상하이에서 학생들을 만난다니 현재의 양국관계에 비춰볼 때 공교롭다. 오바마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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