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폴 크루그먼]中위안화 약세정책 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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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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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지도자의 외국 방문은 대개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과정에서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돌아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지도부가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리라 생각한다. 양국의 무역불균형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대결까지 발생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각국 통화는 타국 통화에 대해 가치가 변동한다. 통화의 상대적 가치가 시장상황에 따라 오르내린다. 물론 각국 정부가 완벽하게 불간섭 정책을 편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처럼 대량의 외화유출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가 자본유출을 제한한다. 투기자본이 몰려들면 정부는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브라질이 이런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장기적인 경제 펀더멘털에 맞춰 통화가치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

하지만 중국은 예외다. 막대한 무역흑자와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에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한다. 중국은 환율 부문에서 자국 경제의 이익을 위해 타국 경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달러 가치는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고정돼 있다. 이는 중국 수출업자에게 상당한 경쟁우위를 안겨준다.

중국의 이런 통화정책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세계경제가 침체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제2차 대공황은 피한 것 같지만 대량 실업사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공공 및 민간 지출을 유발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위안화 약세 정책은 세계의 수요를 중국 수출업자에게 몰아줘 글로벌 경제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무역은 기록적인 침체를 보였다. 심각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의 구매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는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무역보고서에 따르면 8, 9월 무역적자는 다시 급증했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대학원의 리처드 볼드윈 씨와 다리아 타글리오니 씨는 최근 논문에서 “무역불균형의 일시적 개선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양국의 무역불균형이 다시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급증하는 양국의 무역불균형과 미국 실업자들의 고통에 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내가 중국 측이라면 이 같은 전망을 심각하게 우려할 것이다. 불행히도 중국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통화정책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이자율을 올리고 재정적자를 줄이라고 미국에 채근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의 실업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중국 통화정책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언급은 형식적이고 특히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회에 참석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것에 시비를 걸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후에서 그는 중국 당국에 그들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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