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희종]‘녹색 주권’ 종자산업 정부지원 체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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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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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는 생명 정보의 집합체로서 작물 생산을 위한 필수 재료일 뿐만 아니라 식물원료 산업 또는 식물생명공학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재료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서는 이미 식물 신품종 종자를 반도체와 같이 신지식재산권 중 첨단산업저작권으로 분류하여 그 산업적 가치를 인정하며 보호해 주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은 2008년에 365억 달러를 넘어섰고 무역량도 65억 달러를 상회하였으며 그 상승 추세도 가파르다. 최근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식물신품종보호국제동맹에 가입해 종자는 국제적으로 특허권에 의해 보호받게 됐고, 세계 종자시장과 무역량은 팽창 일로에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종자산업에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는 이유는 미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종자 내수시장은 현재 5000억 원 규모다. 수출액은 약 3000만 달러, 수입액은 8000만 달러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식량작물과 김장채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물의 종자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 벼 종자 시장마저 일부 외국종자로 잠식되고 있어 앞으로 식량작물의 종자 주권을 지킬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하다.

종자산업은 인적 자원이 우수한 우리나라에 매우 적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하여 종자산업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시절 우리나라의 주요 종자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인수됐고, 우려했던 대로 지금은 대부분 종자판매상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 터전의 중요한 고유 유전자원과 육종기술이 넘어간 채로 개발 기능이 거의 정지되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간 종자업체는 70여 개 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구멍가게’ 수준이어서 연구개발 기능을 보유하기 어렵다.

이제 싹트고 있는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을 튼튼하게 키우고 향후 글로벌 종자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관련 부처에 종자산업과를 신설해 적절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종자산업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비록 영세하지만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업계, 학계, 연구기관의 의지는 확고하다. 반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종자산업이 세계 종자시장을 석권하고 21세기 생명공학산업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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