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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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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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Surprise)”라며 “연간 성장률도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2.9% 늘어 전기(前期) 대비 성장률이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경제에서 서프라이즈란 당초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말한다. 증시에서 기업 실적이 시장(市場)의 예측을 뛰어넘을 때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하는데 경제성장률에도 쓰인다.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와 한은은 몇 달 전만 해도 3분기 성장률을 1%대나 0%대로 전망했다. 작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5.1%까지 추락했던 성장률이 올 2분기의 전 분기 대비 2.6% 성장에 이어 3분기에는 2.9%까지 성장했으니 서프라이즈라고 할 만하다.

▷깜짝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우리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35조8700억 원의 매출과 4조2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실적도 예상을 웃돌았다. LG그룹은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매출 5조9590억, 영업이익 9450억, 순이익 5680억 원을 비롯해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사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에 각각 분기 기준 최대인 9792억 원과 402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80억 원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KT 현대중공업 하이닉스반도체도 당초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와 3분기 한국 기업과 경제의 서프라이즈를 4분기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국내 주가가 3분기 실적 발표 후 오히려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도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한 원인이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선전(善戰)한 우리 기업의 역량과 노력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와 성장률 서프라이즈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깜짝 실적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만은 없기를 바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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