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남규]노인 대장암 대란, 조기검진으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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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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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물결 속에 지구촌이 하나가 되면서 국내에도 서구의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있다. 서구화는 우리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폐해도 가져왔다. 패스트푸드와 육식으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2001년 발생건수 4위이던 대장암이 2005년 2위까지 올라섰다. 미국과 영국에선 발병률이 감소하는 추세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 환자의 발병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증가속도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서울·경기지역 6개 병원에서 1999∼2008년에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3만1924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의 젊은 대장암 환자가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16.7%로 10년 전 22.1%보다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의 대장암 환자 비율은 48.4%에서 60.0%까지 크게 증가해 대장암의 고령화 추세를 확연히 보여줬다.

한국은 노인인구의 비율이 14%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라다. 고령사회에 접어드는 2020년경에는 ‘노인 대장암 대란’이 밀려올 수 있다고 학회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영국은 60세 이상이 대장암 전체 환자의 82.7%를 차지한다.

서구화의 역습인 대장암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해법은 2004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2004년에 10.5%였던 대장암 수검률이 2007년에는 18.1%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음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1기 대장암으로 수술 받은 비율이 1999년 전체 대장암 가운데 13%에서 2008년 2배 가까운 23%로 크게 증가한 사실은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서 대장암 검진은 대변 잠혈 검사를 시행한 뒤 이상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나 대장조영술을 받도록 하는 식이다. 이는 대장암의 조기발견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어서 처음부터 정확도가 높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시키는 등 더 강력한 조기검진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조기검진에 처음부터 대장내시경을 추천하는 이유는 암으로 발전하기 전 대장 용종(폴립)이라는 양성 종양의 단계를 거치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다. 보통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5∼10년이 걸리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미리 발견하고 적기에 제거한다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검사와 동시에 바로 조직검사나 절제술을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10월 19일을 ‘대장앎의 날’로 정하고 10월 한 달 동안 무료 강좌 및 상담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대장암에 대해 잘 알자는 의미에서 ‘암’이라는 단어를 ‘앎’으로 바꿨다. 대장내시경을 국가 암 조기검진에 포함시키고, 캠페인으로 의료계와 일반 국민이 정보를 공유하고, 가족의 식단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있다면 서구화의 역습인 대장암 대란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남규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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