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대국 시험대 오른 브라질, 외교서도 공감 얻어야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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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 눈감고 독재자 옹호
지구촌 ‘진정한 강국’ 회의론

브라질은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를 앞세워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 ‘전쟁(戰爭)’에서 승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년 남짓 남은 임기에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었다. 올림픽 유치는 1억9000만 브라질 국민과 남미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이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은 최근 국제 사회가 입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일 “브라질이 올해 중남미 경제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달 “전 세계적인 경기 후퇴 속에서 강한 경기 성장세와 금융 회복세를 보여줬다”며 브라질의 국가 신용 등급을 Baa3로 1단계 높였다.

그러나 브라질이 세계 강대국 반열에 오르는 데 경제력만으로 충분할까.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브라질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지 반드시 외교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최근 유엔총회와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방과 국제금융시스템 개혁 등 굵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민감한 국제 문제에서 확고한 태도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브라질은 지난 6년간 무려 35개국에 새로 대사관을 열며 국제적 영향력의 양적 확대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국가브랜드를 고양하는 질적인 외교는 아직 미숙하다는 평이 많다. 스리랑카, 북한, 콩고민주공화국 등 독재국가의 인권 탄압은 외면하면서 언론을 탄압하고 의회를 거수기로 만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옹호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브라질이 인권침해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권 관련 투표권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르헤 카스타녜다 전 멕시코 외교장관은 “거인 브라질이 외교에선 난쟁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우려를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선진국들의 질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이 2003년 브릭스(BRICs)의 한 축이 된 뒤 받아 오던 관심보다 더 많은 견제를 받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럴수록 세계가 공감하는 가치에 브라질이 가까워지려 한다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브라질의 지난 7년보다 앞으로의 7년이 더 중요한 이유다.

전지성 국제부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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